유럽의 차세대 화가로 주목받고 있는 쿤 반 덴 브룩의 구상 작품 ‘아바나’
존 체임벌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추상 작품 ‘컷 어웨이’
추상작품으로 선보인 작품 ‘웨이브’(Wave) 시리즈는 파랑과 오렌지, 검정이 물결치듯 적당하게 어울려 있어 마치 이탈리아 베니스의 화가 카날레토가 그린 베니스 운하의 부드러운 해수면을 크게 확대한 듯한 느낌이다. 작가는 유동적인 대상의 시간적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비움이라는 방식을 선택했다. 비워진 공간, 두텁게 칠해진 표면은 물결과 시간의 진행 방향을 암시하는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또 다른 추상작품 ‘컷 어웨이’(Cut Away)는 존 체임벌린(1927~2011)의 조각 작품에서 모티브를 취한 것이다. 체임벌린은 도색된 폐차의 몸체를 이리저리 두드리고 서로 결합해 원색의 도료와 거칠게 재가공된 금속으로 반현대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보여줬다. 반면 쿤의 작품은 밝은 바탕에 마치 오렌지색 물감을 쏟아 놓은 듯 방향성을 지닌 원색의 선들이 굴곡을 만들어내며 캔버스를 채우고 있다.
전시공간에서 만난 작가는 “‘길’은 내 작품의 모티브로 중요하다. 유럽, 미국 작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작업을 했으니 모든 게 다 길처럼 연결돼 있다”며 “이번에 소개된 대작 ‘바이어덕트 #2’는 개별 작품인 동시에 서로 다른 작품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다. 화가가 된 이유를 묻자 “예술에 대한 꿈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수많은 작가들 사이에서 톱이 되기 위해 경쟁도 해야 하고, 예술이란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끝없이 공부해야 하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8일까지. (02)597-5701.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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