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638억 벌어들인 ‘수상한 그녀’ 일본판 리메이크... 베트남 이어 세번째
새로운 방식의 한국 영화 해외 리메이크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리메이크가 흥행 이후 성사됐다면 최근에는 기획,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일찌감치 추진된 프로젝트라는 차이점이 있다. 국내 영화 기획, 제작 역량에 대한 신뢰도와 국내 영화계의 해외 시장에 대한 통찰력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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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는 호감을 갖고 접근하는 남자들이 사고로 다치게 돼 ‘마녀’라 불리는 한 여성에 대해 위험한 짝사랑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강풀 특유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NEW는 지난 8월 개봉해 호평을 받은 멜로 ‘뷰티 인사이드’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스릴러 ‘더 폰’의 중국판 제작도 발표했다. 잠들고 나면 얼굴이 바뀌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인 ‘뷰티 인사이드’와 1년 전 살해당한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더 폰’ 모두 원천 콘텐츠로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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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품의 리메이크가 여러 나라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은 기획 단계에서 ‘멀티 리메이크’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에서 보편타당한 정서를 가지고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원천 소스’를 개발해 큰 틀은 유지하되 나라별 특색에 맞게 뺄 것은 빼고 보탤 것은 보태는 현지화 전략을 짠 것이다. 중국판의 경우 현지 선호도를 고려해 한국판보다 멜로를 강조했고 중화권 명곡으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채웠다. 일본판의 경우 고부 갈등이 현지에서는 드물어 모녀 갈등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수년 전부터 해외에 합작 법인이나 독립 법인을 만들어 현지 영화 제작에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현지 관객과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 것이다. 나아가 판권, 지적재산권의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합작 형식으로 리메이크 제작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CJ E&M은 ‘수상한 그녀’의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독일 리메이크도 타진 중이다. 또 2011년 복고 바람을 일으킨 ‘써니’ 등 몇몇 작품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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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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