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천 총감독 고덕동에 개관 “어릴적 꿈 40년만에 이뤘다”
나라에 큰일이 생기면 국회의사당 지붕이 열리며 태권V가 출격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여의도 지하벙커가 공개됐을 때 태권V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입맛을 다신 사람들도 꽤 있었을 듯. 실망은 이른 것 같다. 서울의 동쪽 고덕산 기슭에 태권V 기지가 솟아났기 때문이다.
한국 최초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를 주제로 한 체험형 박물관 브이센터가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문을 연다. 지난 13일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민병천(48) 감독을 만났다. 한국형 잠수함 영화 ‘유령’과 SF ‘내추럴시티’,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냉장고나라 코코몽’과 ‘한반도 공룡 점박이’를 만들었던 그는 총감독으로 센터 개관을 진두지휘했다.
연면적 3000㎡에 3층 형태의 브이센터는 ‘태권V 아버지’ 김청기 감독의 감수를 받으며 김 박사와 훈이가 살았던 지하기지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입구에서부터 1976년 모델을 정밀하게 재현한 높이 15m 태권V의 늠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10개 섹션으로 구성된 센터 곳곳에는 태권V와 관련된 그 때 그 시절 완구, 학용품, 만화책, 비디오테이프, 포스터, 애니메이션 셀화 등 3000여점이 추억을 부른다. 옥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태권V 군단을 비롯해 훈이, 영희, 깡통 로봇 등의 피규어들이 대기한다.
태권V를 현대적으로 재해석·디자인한 마스터 태권V와의 만남이 백미. 마스터 태권V가 악당 로봇을 물리치는 5분짜리 입체 애니메이션을 아시아 최대 규모(21m*13m)의 4D 라이드로 즐긴 뒤 상영관을 나서면 격납고에서 출격 대기 중인 13m짜리 마스터 태권V를 만날 수 있다. 강철로 제작됐고, 부분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더욱 실감이 난다.
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