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것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늙는 것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5-12-11 15:22
수정 2015-12-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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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 에이브럼슨 지음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

 ‘흙수저들’에게 충격적일 이야기 한 자락. 늙는 것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인종이나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으로도 모자라 노화 과정에서도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새 책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가 주장하는 바다.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믿음이 있었다. 입고 먹고 자는 건 달라도 늙는 건 매한가지라는 것. 한데 그게 아니라는 거다. 배신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심지어 “늙을 정도로 오래 살 수 있는지, 아니면 누가 늙을 기회를 얻기도 전에 죽을지 자체가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결정”된단다. 정철의 시조에서 보듯 “늙기도 서럽거늘 짐조차” 져야 하는 게 ‘흙수저’들의 숙명인 모양이다.

 책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노년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노년의 불평등은 인생의 다른 시기에 겪는 불평등과는 다른 특징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불평등이 노년기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이전부터 지속된 불평등의 연장선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갈 수 있는 학교와 구할 수 있는 직업에 차등이 생기는 것처럼, 이와 유사한 불평등이 건강을 유지하는 능력, 아플 때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에도 차별적으로 제약을 준다. 이런 상황은 직간접으로 수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사회적 관계망도 불평등의 한 형태다. 더 부유한 지역 노인이 더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했고 서비스의 질도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서울 안에서도 재정 상태가 좋은 자치구들의 사망률은 늘 하위권이고, 경제적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에서도 지역 차가 확연하다. 물질적 자원의 차이는 노년에도 계속해서 선택권, 기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나 자원봉사 단체 등이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개인이 가진 부의 차이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

 저자는 노년기의 불평등을 인생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서비스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노인의 생존에 필수 요소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노인의 고립을 해결하고 세대 간 유대를 장려하면 노년의 의미 있는 선택권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말은 길지만 졸가리는 짧게 요약된다. 정부나 사회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준비할 것,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늙어서 꽤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 에이브럼슨 지음/박우정 옮김/에코리브르/352쪽/1만 8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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