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아이들 목소리를 시인이 받아적었다

단원고 아이들 목소리를 시인이 받아적었다

입력 2015-12-18 01:11
수정 2015-12-1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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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엄마. 나야.’ 출간

시인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시선에서 남아있는 이들에게 쓴 시를 모은 시집이 출간됐다.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가 펴낸 시집 ‘엄마. 나야.’는 성미정, 박준, 이원, 이영주, 박형준 등 시인 34명이 각각 단원고 학생 34명의 목소리를 빌려 쓴 시를 엮은 책이다.

안산 와동에서 세월호 치유공간 ‘이웃’을 운영하는 정신과의사 정혜신과 심리기획가 이명수는 이 시인들에게 희생된 아이들의 생일에 맞춰 아이들 시선과 목소리로 시를 써달라고 청했다.

“아이들 부모님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중략) 그래서 아이의 ‘생일시’에서 그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청탁 메시지 일부)

학생들의 부모·형제, 친구, 선생님들은 아이의 생일에 맞춰 이 치유공간에 모였다. 아이에 관한 기쁘고 슬픈 기억을 떠올리며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었다. 그리고 모임 마지막에는 참석자들이 시인이 보내온 ‘생일시’를 함께 읽었다.

시인들이 실제 아이들이 살아있을 때 만든 추억, 성격과 가족관계를 듣고서 써내려 간 작품은 아이들의 생전 사진과 어우러져 먹먹함을 더한다.

“여기서는 뺄셈만 배워요. 뺄셈은 아주 가볍죠./ 고통을 빼고 두려움을 빼고 안타까움을 빼면/ 내게는 추억들만 남아요. // 나는 매일매일/ 마술사처럼 ‘짠’하고 추억을 꺼내 보여요./”(2학년9반 김혜선·시인 김소연 ‘마음이 너무 많아서’ 일부)

“이곳은 생각보다 어둡지 않습니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매일매일 제일 먼저 태양을 만나는 일이에요./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란색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곳에서도 나의 꿈은 깊숙한 곳까지 파랗게 반사되어 하루종일 일렁입니다./”(2학년6만 이영만·시인 이병률 ‘곧 봄날입니다’ 일부)

치유공간 ‘이웃’은 또 시인들이 응원의 뜻으로 추천한 시집을 생일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이들은 ‘생일시’ 치유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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