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 별세
美 성경 다음 영향력 있는 책 1위50년간 인터뷰 거절하고 은둔생활
정의와 양심의 힘을 일깨운 미국 고전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 하퍼 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고향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숨을 거뒀다. 89세.
‘앵무새 죽이기’ 작가 하퍼 리.
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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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품이 유명해질수록 작가는 세상과 거리 두기에 골몰했다. 첫 작품의 예상치 못한 성공에 차기작을 내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는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인터뷰나 강연 등의 활동을 했으나 1960년대 후반부터는 인터뷰를 거절하고 창작 활동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50여년간 은둔하던 작가를 세상에 다시 불러낸 건 그의 안전금고 안에 있던 원고였다. 작가의 변호사가 발견한 이 원고는 지난해 7월 ‘파수꾼’이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인 스카우트의 20년 뒤를 그린 이 소설에서 작가는 ‘미국 양심의 파수꾼’으로 추앙받던 애티커스 변호사를 인종 차별주의자로 바꾸는 ‘반전’으로 독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리의 사망 소식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다수의 힘으로도 누를 수 없는 것은 바로 사람의 양심”이라는 말로 추모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2-2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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