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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타려고… 피범벅 된 소 향해 “찔러라” “박아라”

상금 타려고… 피범벅 된 소 향해 “찔러라” “박아라”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3-02-13 14:26
업데이트 2023-02-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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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상태 안싸우는 초식동물”
“전통문화로 포장된 동물학대”

살갗이 찢어지며 피가 흘러도 한쪽이 물러설 때까지 경기는 계속 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살갗이 찢어지며 피가 흘러도 한쪽이 물러설 때까지 경기는 계속 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소싸움은 몸무게 700㎏의 7살짜리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20분가량 겨루는 민속놀이다. 먼저 도망치거나 무릎을 꿇는 소가 지게 되는데 관중석에서는 ‘박아라’, ‘찔러라’ 등 구호가 나오고, 겁에 질린 소들은 똥오줌을 지리기도 한다. 싸움이 격해지면 상대 뿔에 찔려 피를 흘리거나 살가죽이 찢어지고, 드물지만 죽기도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과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개싸움이나 닭싸움과는 달리 소싸움은 예외조항을 두는 민속경기에 포함돼 단속 대상이 아니고, 도박도 가능하다. 경남 진주시와 경북 청도군을 포함해 전국 11개의 자치단체에서 소싸움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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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동물관련단체 ‘소싸움 중단하라’
녹색당·동물관련단체 ‘소싸움 중단하라’ 이들은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 도박·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명시하고 있지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으로 소싸움이 동물 학대 처벌을 받고 있지 않다며 이 예외 규정을 삭제 소싸움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2023.2.1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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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손으로 준비한 소싸움 반대 그림
고사리손으로 준비한 소싸움 반대 그림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소싸움 폐지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어린이가 소싸움 반대 그림을 엄마와 함께 들고 있다. 2023.2.13 연합뉴스
동물자유연대와 녹색당은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이 전통문화로 포장된 동물 학대 행위에 불과하다”며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 소싸움을 예외 인정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는 “자연 상태에서 싸우지 않는 초식동물인 소를 사람의 유희를 위해 억지로 싸우게 하는 것 자체가 동물 학대”라며 “민속 소싸움은 소로 논과 밭을 갈던 때 마을 축제의 하나로, 농사가 끝난 뒤 각 마을의 튼튼한 소가 힘을 겨루며 화합을 다지는 행위였다. 소싸움에서 상금을 타려고 학대와 같은 훈련을 하거나 동물성 보양식을 먹여대는 방식의 싸움소 육성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싸움소를 키우는 농가와 업계 종사자의 생계 문제로 단번에 없앨 수 없다면 소싸움 예외 조항에 일몰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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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으로 가득한 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멍으로 가득한 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름만 바꿔 다시 열린 소싸움
코로나로 한동안 열리지 못했던 소힘겨루기 대회는 3년 만에 의령군에서 개최됐다. ‘소싸움’이라는 이름이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며 ‘소힘겨루기 대회’로 바뀌었다. 소싸움의 본고장인 청도군에서는 소싸움 대회의 규모를 키워가자며 매출을 위해 온라인으로 우권을 판매하고 이벤트 등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용 경기장도 설치했다.

그러나 대회의 관람객 대부분이 지역 노인으로 새로운 관광객 유입 효과가 거의 없는 탓에 경제적 관점에서도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출을 위해 초식동물인 소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뱀탕과 개소주를 먹이고, 지구력을 위해 산비탈에 매달리게 한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받는 훈련으로 만성적인 관절염이 생겨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고, 경기 중 심한 두부 충돌로 뇌진탕에 빠져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살갗이 손상돼 피를 흘리는 건 부지기수다. 뿔이 부러지면 싸움에 불리해지기 때문에 나이와 관계없이 도축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완전한 초식동물로서 자연 상태에서는 다른 소와 싸우지 않는 유순한 동물에게 싸움을 시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자 학대”라며 뿔싸움으로 소들이 입는 상처가 많고 심지어 복부가 찢어져 장기가 빠져나오기도 한다며 폐지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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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희를 이유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간의 유희를 이유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안으로 전통 살린 민속 놀이 개발 필요
투우 경기가 전통문화인 스페인은 최근 몇 년 동안 소몰이 축제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2020년 스페인 여론조사 회사 엘렉토마니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국민의 46.7%가 투우를 반대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34.7%는 투우는 찬성하지만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18.6%는 투우를 보존해야 한다며 투우를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타났다.

전통을 살리면서도, 동물학대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대안적 민속놀이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폐지가 어렵다면 가혹한 훈련이나, 대회 규정을 고치는 것도 방법이다. 경남 창녕군 영산지방에 전승되는 민속놀이인 소머리 대기 같은 놀이 개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머리 대기는 마을을 동과 서로 편을 갈라 각각 나무로 소의 모양을 만들어 이 소의 머리를 맞대고 밀고 당기다가 상대를 먼저 땅에 주저앉히는 편이 이기는 경기다. 나무소싸움이라는 이름으로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던 민속놀이였으나 현재는 3·1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줄다리기와 함께 행해지고 있다.
경남 창녕군 영산지방에 전승되는 민속놀이인 소머리 대기. 국가문화유산포털
경남 창녕군 영산지방에 전승되는 민속놀이인 소머리 대기. 국가문화유산포털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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