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송천영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희곡]

벼랑 위의 오리엔테이션/송천영 [서울신문 2024 신춘문예 - 희곡]

입력 2024-01-02 09:46
업데이트 2024-01-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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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길종만 선임기자
일러스트 길종만 선임기자
등장인물

김영수 (30대 초반)

신대리 (30대 중반)

구과장 (40대 초반)

지부장 (50대 초반)

무대

흔히 보는 산기슭, 나무 한그루. 무대 뒤편은 가파른 절벽이다.

절벽은 연극적인 약속에 의해 무대 앞쪽에 설치되어,

나뭇가지에 매달린 인물의 모습이 관객에게 보이도록 한다.

어둠 속. 서너 명이 크게 외치는 소리.

목소리 김영수! / 영수야! / 미스터 김!

밝아진다. 뒤쪽을 굽어보는 뒷모습의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절벽에 떨어질 듯 매달린 김영수, 나뭇가지 하나를 잡고 있다.

구과장 괜찮아?

지부장 괜찮나?

신대리 괜찮을 리가 있어요?

김영수 괜찮습니다!

지부장, 힘이 풀린 듯 바닥에 풀썩.

신대리와 구과장, 절벽을 외면하며 돌아선다.

신대리 순발력이 정말 대단했어요.

구과장 정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초인적인 능력이 나온다잖아.

신대리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구과장 큰일 날 뻔했다.

신대리 바위에 부딪치기라도 했어 봐요.

지부장 머리 다 터져, 골 쏟아지고…….

신대리 (절벽을 힐끗 보며) 이게 몇 미터야.

구과장 못해도 10미터는 족히 넘겠어.

지부장 이 정도 높이면 즉사야.

신대리 영수야 일단 올라와.

김영수 제가요?

신대리 그럼 네가 올라와야지.

김영수 대리님 저 잡고 올라갈게 없습니다!

신대리, 절벽 아래로 손을 뻗어 내린다.

신대리 자, 올라와.

신대리, 아래를 힐끗하는데 어지럽다.

김영수, 신대리의 팔을 잡으려고 있는 힘껏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신대리 (팔을 거두며) 잠깐, 잠깐 기다려봐.

(구과장에게) 과장님 팔이 아예 안 닿는데요.

구과장 에이 비켜봐.

구과장, 김영수를 향해 손을 뻗어본다. 팔을 좀 더 뻗어보려 낑낑거리지만

김영수를 잡아 올리기엔 역부족이다. 구과장, 지부장을 본다.

구과장 부장님?

지부장 에이 비켜봐.

지부장, 절벽 아래로 손을 뻗어본다. 역시 닿지 않는다. 애타게 팔을 뻗어

보는 김영수. 일동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다.

지부장 …

구과장 쉽지 않겠는데요.

신대리 어떡하죠?

지부장 김영수 사원.

김영수 네 부장님 저 좀 올려주세요.

지부장 평소 운동 안 하지?

김영수 네?

지부장 클라이밍 그런 거 안 해봤지?

김영수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지부장 응 무리지. 스스로 올라오는 건 무리야. 에이 참, 젊은 사람이 운동을 좀 하

지. 김영수 사원 잠깐 대기.

구과장 어떻게 하죠, 부장님?

지부장 끌어 올려야지.

구과장 뭘로요?

신대리 구급대 부를까요?

지부장 구급대는 안돼!

신대리 네?

지부장 우리 팀 사고 났다고 동네방네 소문낼래?

신대리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부장 저 새끼는 왜 절벽에서 떨어져 가지고. 아, 사람 골치 아프게.

구과장 정확하게 말하면 떨어진 건 아닙니다.

신대리 구사일생으로 나뭇가지 붙잡고 있습니다.

지부장 뭐가 됐든 왜 떨어져서 이 난리냐고!

신대리 명령에 복종한 결과 아닐까요.

지부장 뭐?

신대리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 내려가라고 시켰으니까요.

지부장 그러게 넌 쟤를 왜 끌어들여!

신대리 제가 언제요?

지부장 오티에 오라고 한 거 너 아냐?

신대리 네 접니다.

지부장 그니까 신대리 너 때문이지.

신대리 근데 절벽에 내려가서 보물을 찾아오라고 지시하신 건 부장님이세요.

구과장 애당초 비정규직 사원을 야외 오리엔테이션 업무에 참여시킨 것부터가 문제

의 시작이군요. 이번 보물찾기는 저희 정규직들만의 행사였습니다.

신대리 그렇다고 쟤만 어떻게 빼고 갑니까. 같은 팀인데.

구과장 (곰곰이) 쟤 보험은 되나?

신대리 비정규직은 따로 보험 등록이 안 되죠.

지부장 거 봐. 보험도 안 되는 애를 왜 오티에 오라고 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구과장 일이 진짜 복잡해지겠는데요.

지부장 지겠는데요가 아니라 이미 복잡해졌어!

신대리 저는 저 친구 정규직 전환되는데 도움 되라고 부른 거죠. 그런데 부장님께

서 정규직 시켜준다고 절벽에 내려가라고 시킨 건요…….

지부장 됐어!

구과장 부장님, 지금 벌어진 이 상황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시죠.

지부장 그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역분석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

매달린 김영수, 소리친다.

김영수 살려주세요. 대리님! 과장님! 부장님!

신대리 영수야 침착해. 침착하고 있어봐.

구과장, 김영수를 내려다보며,

구과장 김영수 사원.

김영수 구과장님!

구과장 우리가 살리려고 이러지, 죽이려고 이러겠나?

지부장 그래! 해결책이 나와야, 그 해결책이 널 살리는 거야.

구과장 부장님, 시간이 없습니다. 팀당 할당된 보물찾기가 3개입니다. 우리 팀은 단

1개도 찾지 못했습니다.

지부장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야.

신대리 맞습니다 부장님.

구과장 언제든 역전은 가능하죠.

지부장 좋아, 신발 끈 단단히 묶고 허리띠 졸라매서 이 상황 원인 분석을 해보지.

구과장, 브리핑을 하듯 자세를 잡는다.

구과장 60초 전 저 친구한테 물리적인 압력을 가한 건, 신대리입니다.

신대리 제가요?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요?

구과장 신대리가 후배를 강제로 절벽에 끌고 갔잖아.

지부장 원래 한 다리 위가 제일 무섭지.

신대리 억울합니다. 부장님 뜻대로 행동한 게 죄예요? 무슨 책임이 있습니까, 일개

대리가.

지부장 쟤 안전교육은 안 시켰냐?

구과장 안전교육도 안 시키고 보물 갖고 오라고 시킨 거야?

신대리 정규직인 저도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요. 저부터 뭘 받아봤어야 시키든

하죠!

지부장 안전교육 안내방송 틀어주잖아! 화재 발생 시 비상구로 대피해라, 비상구

문은 상시 잠그지 마라, 지진 발생 시 책상 밑에 들어가라, 안내방송 틀어

줄 때 뭐했어!

신대리의 대답 대신, 김영수가 비명을 지른다. 그 소리에 등을 보이며 후다

닥 뒤쪽 절벽으로 달려가는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구과장 왜 그래!

신대리 떨어졌어?

구과장 몸무게를 지탱 못해?

지부장 팔에 힘이 빠져?

구과장 해충에 물리기라도 한 거야?

김영수, 팔을 부들부들 떤다.

김영수 나무가 부러질 것 같아요! 팔에 힘도 빠지고. 아, 이놈의 모기! 얼굴이랑 겨

드랑이에 물렸는데요. 아, 가려운데 긁지도 못하고. 죽겠어요!

신대리 떨어질 거 같아 죽겠는 거야, 가려워 죽겠는 거야?

구과장, 신대리의 뒤통수를 친다.

구과장 지금 그게 문제야?

지부장 조금만 참아! 지금 구할 방법을 간구 중이야!

지부장, 절벽을 등지고 돌아선다. 뒤 따라 돌아오는 구과장과 신대리.

지부장 자, 빨리 서두르자. 저대로 뒀다간 큰일 나겠어. 지금으로서는 용단이 필요

해. 누군가 내려가서 끌고 와야 할 거 아니야.

신대리 내려가서 끌고 올라오라고요?

구과장 가장 적임자는 신대리라고 생각합니다. 자네가 제일 건장하고!

신대리 무슨 말씀이세요, 다리가 얼마나 약한데…….

구과장 해병대 출신이잖아!

신대리 해병대는 바다에서 활동한다니까요. 산은 타본 적도 없어요. 게다가 저 몸

치에요.

구과장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악으로 깡으로!

신대리 저 곧 한 아이의 아버지 될 사람입니다. 제 몸이 한 가족의 미래이자 희망,

한 가정의 전부라는 말이에요.

김영수 어……! 어! 나무가 부러질라 그런다! 팔의 힘은 더 빨리 빠진다!

지부장 시간 없어, 빨리 가서 구해! 해병대 정신으로!

신대리 고소 공포증 있습니다. 아파트도 5층 이상은 살아본 적도 없어요. 그 흔한

남산타워도 가다 말았구요. 개인 특성상 김영수를 구하는 건, 제게 적합한

일이 아닙니다.

김영수 모기가 떼로 달려든다! 눈꺼풀을 물었다. 아, 따가워! 모기한테 물린 데가

부어오른다! 그래서 더 무거워진다!

신대리 이 문제는 계급장 떼고 공정한 판단으로 선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구과장 공정차원이라면 부장님께 한 표 드리겠습니다.

신대리 동의합니다.

김영수 누가 됐든 동의에, 동의에, 동의합니다!

지부장 조용! 이것들이 수평적인 조직 사회를 위해 오냐오냐 했더니, 내가 니들 친

구야? 내 나이가 몇이야! 혼자 서 있기도 힘들어. 나는 숨만 쉬어도 녹초

야! 이런 일은 공정 차원이 아니라, 효율적인 면을 고려해서 선발을 해야

지!

신대리 효율이라면, 아……, (태도를 바꾸어) 과장님. 제가 평소 본 과장님은 매사

차분하고 빈틈없는 완벽한 일처리!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의 동요가

없는 분, 맞습니까?

구과장 감정의 동요, 없으려고 노력하지.

신대리 그런 의미에서 효율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구과장님이 적합하십니다.

저기, 저 작은 틈을 섬세하게 내려갈 수 있는 사람, 여리여리한 체형! 섬세

한 감각! 절벽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영웅적인 행위는 감정 없이 오직 이성

적인 판단으로만 해낼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지부장 응, 구과장이라면 나 역시 항상 믿고 맡길 수가 있어.

구과장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부장님 늘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점,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구과장, 벌떡 일어나서 잠시 서성이다가

구과장 그러나 부장님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 봄, 사장님 배 사내 축구대회.

당시 영업 A팀의 박과장이 악의적인 방법으로 부장님께 걸어온 태클을!

제가 온 몸으로 막아냈던 것을요! 저 그때의 사고로 십자인대가 끊어졌습니

다.

구과장, 종아리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인다.

구과장 보통 통계학적으로 보면 30대 이후로 십자인대가 손상되는 경우 불구가 되

는 가능성이 80프로 이상으로 아주 높다고 하는데요. 저는 운 좋아 겨우 걸

어 다닙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삐끗 나간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김영수, 비명을 지른다.

김영수 이젠 환청까지 들려요! 모기들이 귓속에서 토론을 합니다!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서로를 마주본다.

신대리 결국에 우리 세 명, 아무도 적합하지 않은 건가요?

구과장 이 프로젝트 실패입니까?

지부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한 바퀴를 휘 돈다.

지부장 신제품을 만드는 거야.

구과장 무슨 신제품이요?

지부장 김영수를 구할 신제품! 주변을 잘 살펴봐, 뭐가 제일 많지?

신대리 (두리번거리며) 나뭇가지입니다.

지부장 나뭇가지로 줄을 묶어서 일종의 사다리 형태를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걸

잡고 올라오게 하는 거지!

신대리 나무에 넝쿨을 감고 고정 시켜서요?

구과장 디자인 좋습니다. 부장님!

지부장 자, 실행에 옮겨 볼까?

신대리와 구과장, 지부장의 지시에 따라, 나뭇가지에 넝쿨을 묶고 매듭을지

어 길게 사다리 형태를 만든다.

지부장 그렇지, 그쪽을 더 세게 묶어야지. 아니지! 더 꽉! 세게!

그래, 거기가 가장 힘을 많이 받는 위치야. 좋아!

지부장의 감독 하에 사다리를 만들어 나가는 신대리와 구과장.

이윽고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구과장 완성했습니다.

지부장 시범테스트! 테스트가 굉장히 중요해. 우리 영업 B팀의 정신!

신대리 테스트가 실패율을 낮춘다!

구과장 정직과 근면성실로 고객에게 완전한 제품을 제공한다.

신대리 불량품이라는 재고가 남을 지라도!

구과장 안전을 위해 사익을 따지지 않는다!

구과장, 신대리 근면 성실 영업 B팀 야호!

지부장 제품을 늘여 뜨려!

구과장과 신대리, 사다리를 나무에 걸어 늘어뜨린다.

구과장 신대리, 자네가 김영수야.

지부장 잡고 올라오게!

신대리, 나무 밑에서 사다리를 잡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한 칸 한 칸 오르는

신대리의 모습, 긴장감이 감돌고, 신대리의 체중이 전부 실리자, 사다리가

팽팽해진다. 그때 매듭이 툭 풀리고 신대리, 엉덩방아를 찧는다.

신대리 테스트 결과, ……실패입니다.

지부장 ……이래서 테스트가 중요한 거야. 바로 실행에 옮겼어봐, 쟤는.

김영수 (비명 소리) 떨어집니다!

구과장 결과는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대리 영수야!

김영수 물 좀 주세요. 목말라 죽겠어요.

신대리,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각도를 맞춰 던져준다. 김영수, 한손으로

위태롭게 물병을 받으려는데, 물병이 영수의 머리를 맞고 떨어진다.

김영수 아……!

신대리 아씨 미안하다. 괜찮냐?

김영수 신대리님!

신대리 어 그래 영수야. 당은 안 떨어지냐?

김영수 떨어집니다!

신대리 너 여기서 당까지 떨어지면 진짜 큰일 나는 거야.

신대리, 주머니를 뒤져 초콜렛을 깐다.

신대리 손 풀지 말고 입으로 받아. 할 수 있지?

김영수 네 대리님!

신대리, 초콜렛을 던지고 김영수 받아먹으려고 한다. 한 개 두 개 실패하고

세 번째에 성공한다.

신대리 잘했다. 잘했어 영수야.

지부장,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소매를 걷어 올린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사이.

지부장 사고의 역발상. 프로젝트 B로 넘어간다.

구과장과 신대리, 놀란 듯 서로 마주본다.

지부장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뭐지?

구과장 절벽에서 올라올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지부장 내려가는 거야.

구과장, 신대리 네……? (깨달은 듯, 동시에) 네!

지부장, 뒤 절벽으로 붙어 외친다.

지부장 김영수.

김영수 네.

지부장 올라올 생각을 하지 마.

김영수 네?

구과장 올라오기 힘들잖아.

신대리 그러니까 내려가래.

김영수 뭐라구요?

구과장 손에서 나뭇가지 놓고 절벽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는 거지.

지부장 이게 바로 사고의 역발상!

김영수 내려갈 수 없어서 매달려 있는 거 몰라요!

신대리 저 근데 부장님, 저 아래는 계곡인데요.

김영수 내려가다 발이라도 잘못 헛디디면……!

구과장 대가리 터져 죽는 거지.

지부장 버티다 못 버텨서 떨어지면!

구과장 그것도 대가리 터져 죽는 거지. 그렇게 죽는 건, 사는 것만 못하죠.

지부장 그러니까 가장 궁극적인 해결방법은.

신대리, 두려움에 눈이 커져 구과장과 지부장을 번갈아본다. 사이.

지부장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거야. 올라올 수 없는 게 문제니까, 내려가는 거

지.

김영수 내려갈 수 없으면요?

지부장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건가?

구과장 그런 정신으로 정사원 되겠어?

김영수 미치겠네……!

지부장 김영수, 잘 들어. 가장 중요한 건 생각이야. 내려가면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뇌가 문제를 인지를 하면 인간은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어!

자, 따라해.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김영수 (이성을 잃고)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구과장 조용히 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그래?

지부장 사장이 들으면 우리 팀 사고 쳤다고 팀 점수 깎여! 그걸 바라나?

신대리 그건 안 돼, 영수야!

김영수 사람 살려요! 사람! (괴성을 지른다.)

지부장 조용히 하라니까 임마!

구과장 정말 자기 입장만 생각할 거야? 원래 이렇게 이기적이었나?

지부장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바닥이 드러나는 거야.

김영수 지금 내가 죽게 생겼어!

신대리 진정해 영수야.

지부장 공동체 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놈.

구과장 구조 받을 자격도 없는 놈!

지부장, 서성거리며 심사숙고한다.

지부장 큰일이군, 정말 큰일이야.

구과장 가뜩이나 팀 실적도 안……,

지부장 이런데 와서까지 문제 일으킨 팀으로 낙인이 찍힐 거야.

구과장 낙인은 절대적으로……,

지부장 이번 오티는 사장님 직접 명령에, 직접 참석까지. 중차대한 업무연장일세.

행운의 보물찾기. 그래, 그런데 이런 불미스러운 일……, 백 프로 불이익이

야.

구과장 그럼요 이게 보통 보물찾기입니까.

신대리 각 팀의 성실도와 능력치를 판단하는 절대 테스트였죠.

구과장 다음 달 인사고과 선반영까지!

지부장 그게 이번 오티의 포인트야.

구과장 그러니 더더욱 구조요청은 안될 일입니다.

지부장 운세니 풍수지리니 사주팔자, 이런 거에 아주 민감한 사장님인데.

구과장, 신대리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김영수의 비명소리. 살겠다고 바둥바둥 한다.

지부장 잘 생각하자. 지금 상황은 물론, 모든 일에는 동기부여가 최우선이야.

신대리 그렇죠, 동기부여!

지부장 결자해지.

구과장 문제를 발생시킨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한다.

신대리 동기부여와 결자해지를 합치면!

구과장 아, 스스로 올라오면 김영수를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 어떻습니까?

신대리 (깨달은 듯) 아!

지부장 좋아!

세 사람, 합의한 듯 손을 하나로 모은다.

그러는 사이, 김영수는 가까스로 발을 뻗어 튀어나온 돌부리 하나에 발을

디딘다. 혁대를 풀어 제 몸과 나뭇가지를 하나로 묶는다. 그렇게 양 손이 편

해지자 알 베긴 팔을 풀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후 김영수는 세 사람의

대화가 길게 이어질수록 정신이 혼미해지고 힘들어하며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지부장 그게 가장 좋지만……, 그러나 이미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바…….

먼 산을 바라보는 지부장, 이윽고 심오한 눈빛으로 구과장을 쳐다본다.

구과장, 그윽한 눈빛으로 응수하며

구과장 결국 손 쓸 틈도 없이…….

지부장 애석하게도…….

구과장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었던…….

구과장, 어리둥절한 신대리의 고개를 숙이게 한다.

지부장 우리 다 같이 고개 숙여 애도의 마음으로 묵념합시다. 일동 묵념.

지부장, 구과장, 신대리. 절벽을 향해 묵념한다.

묵념을 마치고, 지부장 태도가 바뀌어서

지부장 사고 발생 시 회사차원에서 어떻게 규정되어 있는지 찾아.

구과장 (휴대전화를 꺼내 읽으며) 사내 사고 매뉴얼입니다.

사고 상황이 업무의 연장이었는지 확인한다. 사고로 인한 임직원의 건강상

태 체크 및 보험처리 가능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한다. 보험 완료 후 최소

2주에서 최장 6개월의 휴직이 가능. 그 이상의 치료가 요구될 경우 계약기

간이 자동종료, 최대 30프로의 퇴직금이 지급된다.

지부장 좋아 그렇게 처리해.

구과장 아, 그러나 김영수는 정규직이 아니라 이 경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습니

다.

지부장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구과장 (신대리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

신대리 우선 오티 참석에 따른 초과근무수당 반영여부를 확인해야 하구요.

구과장 오티 참석의 강제성 여부 확인 또한 필요합니다.

신대리 사고에 따른 개인의 손해는 회사와 추후 논의를 요하죠.

구과장 그렇게 되면 회사가 손해배상을 해줘야하는데, 김영수 측에서 소송까지 걸

거고.

구과장 최악의 사태에는 팀 전체 해고로…….

지부장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안 돼!

신대리, 털썩 주저앉으며

신대리 그럼 어떡하죠? 방법이…….

지부장 신대리 다음 달에 애기 태어나잖아.

신대리 네.

지부장 자네의 비전은 아이의 미래일세. 비정규직 사고사가 알려지면 우리만의 문

제가 아니야. 자네 아이의 문제가 되는 거야. 태어나기도 전에 문제를 안고

태어나는 거야.

신대리 그럴 수가….

구과장 문제없이 태어나도 문제투성이야.

지부장 자네, 아이, 우리 모두가 사는 건……,

신대리 네, 무슨 말씀인지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구과장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전 그래서 결혼도 안 했습니다. 앞으로도 안 할 계

획입니다. 결국 결혼이라는 것도 주제에 맞는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

기 때문에.

지부장 요즘 사람들 누가 결혼을 해. 일부러도 안 해, 안 하는 게 낫지!

마주보는 신대리와 구과장.

지부장 나 갈라섰다.

구과장 아, 결국,

신대리 사모님과 결국……,

지부장 내 뒤통수만 봐도 숨이 막힌대. 애들 얼굴이라도 보고 싶으면 양육비나 제

때 보내란다. 이 회사 아니면 어디서 애비 노릇을 하겠냐? 나부터 정신 바

짝 차려야 돼. 인생이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아직도 날마다 뭔가 배운다.

오늘이 내 제일 젊은 날이잖아. 그게 또 슬퍼. 체력이 안 되는 거야. 힘이

쭉쭉 빠져. 전기 차단기 내려가듯이 하나씩 뚝뚝.

지부장의 말을 끄덕이며 경청하고 있는 구과장과 신대리.

지부장 세상이라는 게 모든 인간은 평등한데 어떤 인간들은 다른 인간들보다 더 평

등해. 우리 같은 인간들에게 삶은 고뇌이자 투쟁이다, 그 말이야.

김영수, 이전과는 다른 소리로, 크게 괴성을 내지른다.

김영수 사람 살려! 저 미친놈들이 날 죽인다! 사람 살려!

구과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구과장 그래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이 투쟁의 삶을 견딘다는 것. 제대로 된 줄 하

나 잡으려고, 아등바등, 썩은 동아줄인 줄도 모르고, 매달려 대롱대롱!

김영수 더 이상 힘이 안 들어가! 견딜 수가 없어! 사람 살려!

신대리 (울먹이며) 쟤나 우리나…….

구과장 (김영수에게) 넌 죽으면 그만이지! 우리는 살아야 돼. 사는 게 얼마나 괴로

운 지 알아! 우리는 임마, 하루하루가 벼랑 끝이야. 내 머리에는 태양이 비

추질 않아. 내 삶의 태양은 죽었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왜 때문

에! 살아가는 걸까…….

지부장 모든 게 계획적인 거야. 산 속에서 보물찾기, 이 허무맹랑한 게임. 사고발생

까지 전부. 사장은 소문이 무성해. 누구는 전직 무당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사람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독심술사라고 하지. 팔에 묵주를 다섯 개씩 차

고 요상한 빛깔의 색안경에, 형형색색의 부채를 손에 쥐고 폈다 접었다, 폈

다 접었다……, 마치 우리의 영혼을 다 꿰뚫어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 피라

미드 꼭대기에 위치한 자의 냉엄한 시선……! 오늘 우리는 그 덫에 걸려든

거야.

지부장, 가방에서 소주를 꺼내 잔을 들어 올린다.

지부장 이리 와. 한잔 씩 해.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소주잔을 부딪치고 들이킨다.

구과장 승진은 못하더라도 자리는 붙어있으셔야 됩니다.

신대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자리는 붙어있어야 합니다.

구과장 산전수전 공중전에 돌려차기까지 하면서 버틴 자리 아닙니까.

신대리 맞습니다.

지부장 이 시점에서 비정규직인 김영수 구하려다 누가 하나 다치면 좋은데.

신대리 네?

지부장 구하려 했다는 증거 같은 느낌으로?

구과장 그 증거 느낌 좋은데요?

신대리 팀 차원 포상도 생기겠죠?

지부장 최소한 상장 하나는 받겠지.

구과장 그렇죠, 보물 따위 못 찾아도 팀워크 가산점에!

벌떡 일어나는 신대리.

신대리 그렇다면 제가 다치겠습니다.

구과장 아니야 자넨 애도 있는데, 제가 다치겠습니다!

구과장, 바닥에서 큼지막한 돌멩이를 들어 올린다. 신대리에게 건넨다.

구과장 날 때려봐.

신대리 구과장님 왜 이러세요.

구과장 (눈을 감으며) 괜찮아.

신대리 동방예의지국에서 후배가 선배를 어떻게 이런 흉기로 때립니까.

구과장 (지부장에게, 소주병을 들게 하며) 머리 한 대 세게 맞고 제가 우리 팀을 위

해 희생하겠습니다!

신대리 아뇨 부장님, 저를 때리세요. 제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멉니다.

아들이 있어요, 저는.

구과장 애가 있으니까 몸 사려야지.

신대리 지금 사리면 제 아들의 미래는 없습니다!

구과장 저를 치세요!

신대리 (동시에) 치세요!

지부장을 향해 머리를 들이민 구과장과 신대리.

지부장 아니다, 나를 쳐라. 내가 그래도 명색이 부장인데, 어떻게 눈앞에서 너희들

다치는 걸 보고 있겠냐. 내가 대표로 머리 한 번 깨지고 유혈 낭자 한 번

하고,

구과장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우리 똑같은 할당량으로 다치는 겁니다.

신대리 시나리오를 짜시죠. 제가 먼저 김영수를 구하러 갔는데.

지부장 아니지, 내가 먼저 가야지. 연장자가.

구과장 상식적으로 상급자가 먼저 행동을 한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중간자인 제가 먼저 행동하고,

신대리 막내인 제가 제일 먼저, 그 다음 구과장님, 마지막으로 지부장님이.

지부장 그래. 신대리가 먼저 뛰어가, 그때까지 우리는 심각한 일인 줄 몰랐던 걸로.

신대리 구과장이 내가 미끄러질 것 같은 걸 보고 나선 걸로.

지부장 그 다음은?

신대리 구과장님이 저를 잡고, 그 뒤에 지부장님이 또 구과장님을!

구과장 우리가 힘을 합해서 정의롭게 막내 사원 김영수를 구하려고 한 거죠!

지부장 좋다! 근데……,

구과장 근데?

지부장 이게 사고가 아니야.

신대리 예?

지부장 우리는 김영수를 구하려고 했어. 근데 얘가, 얘가 손을…….

구과장 놓아버린……, 거죠!

신대리 (손으로 입을 가리며) 자, 자, 자……살이요?

구과장 (곰곰이) 팀 차원으로 보면 우리는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엔딩……, 좋은데

요?

지부장, 무언의 끄덕임을 한다.

신대리 ……하지만 그렇다고 영수를 이렇게.

지부장 어쩔 수 없어. 인생 각자 사는 거야. 쟤 가도 네 인생은 네가 살아야 돼. 각

자도생.

구과장 예……, 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손을 하나로 붙잡고 도원결의를 한다.

돌멩이를 하나씩 손에 쥐는 세 사람.

지부장 누구부터 갈래?

구과장, 바닥에 몸을 구른다. 흙먼지가 잔뜩 묻은 상태, 팔 다리 다 걷어 부

친다. 그 모습에 신대리와 지부장, 같은 상태로 몸을 만든다.

구과장 자, 가봅시다.

신대리, 돌멩이로 구과장의 머리를 때리려다 말고, 살포시 등짝을 치고 눈치

본다.

신대리 아프세요?

지부장 장난 치냐? 피는 나야지! 그냥 막 함부로 때려.

신대리 구과장님께 사적인 감정 전혀 없이, 사무적으로 한 대 가겠습니다.

구과장 (구호하며) 근면 성실 영업 B팀 야호!

신대리, 구과장의 머리를 향해 돌멩이로 세차게 가격.

그대로 머리 부여잡고 주저앉는 구과장. 머리를 만져서 피가 났는지 확인.

지부장 돌이랑 돌이 만나니까 흠집도 안 나네.

신대리 주먹으로 갈까요? 이게 상처가 티가 나게 남아야 할 텐데요.

구과장 그래 굴러서 다리가 까지든 뭐든.

지부장, 불시에 구과장의 머리를 세게 가격한다.

그대로 나자빠지는 구과장.

지부장 어때! 안 아팠지?

구과장, 일어나서 바닥에 쓸린 무릎을 확인. 살갗이 뜯어진 상태 확인.

구과장 너무 좋았습니다. 부장님!

지부장 그 다음은 나!

신대리, 지부장의 뒤통수를 세 게 가격.

고꾸라지는 지부장, 일부러 더 큰 액션으로 바닥을 구른다.

뿌듯해하는 신대리, 불시에 뒤통수를 가격하는 구과장.

엎어지는 신대리. 지부장과 구과장, 발로 걷어찬다.

감정상한 신대리 일어나 지부장에게 주먹을,

주먹에 얼굴 제대로 가격당한 지부장,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지부장 너 이리 와봐.

신대리 네?

지부장 얼굴 바짝 와봐.

구과장 부장님 감정 섞지 마세요. 이건 업무의 연장입니다.

신대리 전 진정 사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부장 공평하게! 할댱량 채워!

구과장 그래 신대리, 너만 피가 안 났어.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순서 상관없이 마구 뒤엉켜 쥐여 패기 시작한

다. 한 대 두 대 맞다 보니, 감정이 격해진다. 서로 멱살 잡고, 헤드락 걸고,

물어뜯고 싸운다. 아수라장.

그때 소리치는 김영수.

김영수 보물이다!

지부장 뭐?

구과장 뭔, 물?

김영수 보물! 보물이 여기 있어요! 보물이!

싸움을 멈추고 절벽 뒤로 몰려가는 세 사람.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곳곳에 피가 난 상처들, 어느새 광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손을 뻗어 보물을 집는 김영수.

지부장 어떻게 생겼어? 얘기 좀 해봐.

김영수 짙은 고동색의 나무 상자입니다.

지부장 고동색이면 백 퍼센트야. 사장이 똥색을 좋아하잖아!

구과장 맞다! 똥색이나 금색이나 같은 색이라고!

지부장 사장이 일부러 저런 곳에 보물을 숨겨둔 게 틀림없어!

구과장 왜죠? 왤까? 왜지?

신대리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물을 찾아라!

지부장 그렇지! 팀원 협력지수 측정이라는 부가가치까지!

구과장 역시 사장은 아무나 사장이 아니군요.

지부장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보물이었어!

신대리 팀원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절대 찾아낼 수 없는 보물!

구과장 공동체와 희생정신을 증명해야 할 미션!

지부장 사원의 희생정신이 중요하다! 사장이 일평생 외치며 추구하던 회사의 비전

이야.

구과장 모든 게 계획되어 있었군요.

지부장, 서둘러 겉옷을 벗는다.

지부장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보물을 끌어올리고 김영수를 살려내서 우리 영업

B팀의 훌륭한 공동체 의식을 보여줄 차례야.

신대리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제 아들의 미래를 위해 이 한 몸 받쳐 미션을 성공으

로 이끌어내겠습니다.

지부장 옷들 벗어. 서로 몸을 묶어서 김영수를 끌어올리자구.

구과장 좋습니다.

세 사람, 겉옷을 벗어 밧줄처럼 서로의 몸을 묶고, 나무 밑동에 지지대를 묶

는다. 서로 손에 손을 붙잡아 인간 밧줄을 만든다.

길게 늘어선 세 사람.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순으로 절벽을 향해 다가간다.

신대리 김영수. 줄을 잡아!

김영수, 손을 위로 뻗어 올린다.

손에 손을 붙잡은 세 사람, 합동하여 조금씩 절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이 내린 옷자락이 김영수의 손에 닿을락 말락한다.

지부장 잠깐만.

구과장, 신대리 네?

지부장 보물부터 올리라고 해.

구과장 네. 보물 올린 다음에, 그 다음엔요?

지부장 보물까지 들고 있으면 무거우니까 무게를 덜자고! 그래야 김영수를 올리는

일이 수월하지!

구과장 네! (신대리에게) 해봐!

신대리 보물부터 이 옷자락에 묶어!

김영수 저부터 살려주세요!

신대리 넌 그 다음에 올리래!

구과장 말 똑바로 안 전할래?

신대리 넌 그 다음에 올린대!

김영수 보물만 가져가고 난 안 살려 줄까봐 그런다!

지부장 김영수! 우리 못 믿냐?

김영수 믿고 싶어요!

구과장 보물부터 올리는 건 테스트야, 테스트!

지부장 그래! 테스트! 보물이 올라오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해봐!

신대리 그 다음에 올라와야 더 안전하게 올라오는 거야!

김영수 무섭다니까! 살려주세요! 살려줘! 살려내!

지부장 그냥 산다고 다 사는 거 아니야!

구과장 지금이 네가 제대로 살 수 있는 그 기회야.

신대리 우리를 믿어!

김영수 믿게 해봐!

지부장 우리가 너 살리려고 이러지, 죽이려고 이러냐?

신대리 (앵무새처럼 따라서) 우리가 너 살리려고 이러지, 죽이려고 이러냐?

구과장 김영수!

지부장 시간 없어!

김영수 시간은 내가 없어!

지부장 이 새끼가!

김영수 나 정규직 그딴 거 안 해! 다 필요 없으니까 나 살려내라고!

신대리 영수야 진정해! 일단 다 살아야지 안 그러냐?

김영수, 세 사람이 늘어뜨린 옷자락에 보물을 묶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세 사람. 김영수, 양손으로 줄을 잡고 사람들을 노려본

다. 절벽 위와 아래가 옷자락 줄로 팽팽해진다.

구과장 보물 잡은 손 놔!

지부장 손 놓으라고!

김영수 나까지 끌어올려!

신대리 야! 김영수!

지부장 손 놔! 이 새끼야! 손!

김영수 못 놔! 이 새끼야!

(줄을 더 꽉 잡으며) 사람 살려! 이놈들이 사람 죽인다! 사람 살려!

지부장 조용히 하라고, 조용!

김영수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구과장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래?

김영수 (더욱 더 크게)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구과장 진정해 이 새끼야!

지부장 이기적인 놈이 지부터 살겠다고!

김영수 올려! 올리라고 이 개새끼들아!

지부장 저, 저, 저!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거 봐!

구과장 부장님 이러다 다 놓치겠는데요?

김영수 야이 개새끼들아. 이 와중에도 니들 밥그릇만 챙기냐. 나는 그릇도 없다!

아무리, 아무리 내가 계약직이라지만 사람 목숨까지 일회용이냐!

천둥번개 치는 소리.

일동 미끄러지며 대열이 흐트러진다.

신대리 어, 어!

구과장 어, 어!

지부장 어, 어!

신대리 미, 미끄러진다. 안 돼!

지부장 야!

구과장 김영수!

신대리 영수야!

구과장 김영수!

번쩍이는 번개, 이윽고 천둥소리.

신대리, 구과장, 지부장, 일동 비명.

그 소리와 함께 어두워진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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