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빠 최고” “ 또 너네 오빠야?”
지상파 선정 ‘가수왕 부활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이다. 발단은 지난 10일 ”가수의 날’ 기념식. 태진아 대한가수협회 신임 회장이 지상파 가수 시상식을 부활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 축사를 한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들이 태진아의 말을 거들었고, 김인규 KBS 사장도 “가요대상이 왜 없어졌는지 잘 파악해 보겠다.”고 가세했다.급기야 KBS 측은 15일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상제도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BC와 SBS도 신중히 검토해 보겠다는 태도다. 익명을 요구한 SBS 고위 관계자는 “공정성 시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됐다가 부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축제에서 경쟁 체제로 바뀌었을 때 문화계 전반적으로 어떤 득실을 가져올지 (가요계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예능 대상과 함께 해마다 연말 안방극장을 장식하던 가요 시상식이 없어진 것은 2006~2007년의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정성 시비였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2004년 가요 시상식을 폐지하라는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인기 절정의 톱가수들이 시상식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공정성 시비에 대형 기획사들의 자존심 경쟁이 얽히면서 싸움이 커진 것이다. 결국 방송 3사는 고민 끝에 가요 시상식을 상이 없는 축제 형식으로 바꿨다.
“상을 없애 달라.”고 스스로 손들었지만 막상 없어지니 가요계는 또 다른 문제점에 봉착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른 장르는 모두 한 해 활동을 평가하고 정리하는 자리를 연말에 갖는데 유독 가요계만 ‘경쟁 없는 축제’에 머물고 있는 것. 때문에 연말 시상식을 부활시켜 침체된 국내 가요계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고, 최근 일고 있는 K-POP 열풍도 여세를 몰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10대 가수’나 ‘가수왕’ 시상식이 왜 없어졌는지 먼저 되새김질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연기·예능 대상도 갈수록 방송사 자화자찬 내지 홍보로 흐르고 있어 ‘채널 선택권 실종’이라는 비판이 비등한 실정에서 무턱 대고 가요 대상을 부활시키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권위 없는 상’의 반복일 뿐이고, 또다시 가요계 내부 분란만 조장할 것이라는 경고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시장 여건이나 음악 환경이 지금과 현저하게 다른 1980~90년대 시절의 가왕(歌王)을 부활시킨다고 해서 어떤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2000년대에 걸맞은 방식과 대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방송 3사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가요계도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시상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에 아예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대상’을 만들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11-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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