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대중화 이끈 재야 사학자, 역사 속으로 떠나다

역사 대중화 이끈 재야 사학자, 역사 속으로 떠나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3-18 21:04
업데이트 2020-03-19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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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이야기’ 저자 이이화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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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이야기’ 저자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저자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인물로 읽는 한국사’ 등으로 역사 대중화를 이끈 원로 사학자 이이화(왼쪽) 선생이 18일 별세했다. 83세.

고인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역사학자로 활동한 대표 재야 사학자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사료를 해석하고,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서술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1937년 대구에서 주역 대가인 야산 이달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이 학교에 보내지 않아 대둔산에서 한문 공부를 했다. 6·25전쟁 때 가출해 각지를 돌며 고학하다 광주고를 졸업했다. 상경한 뒤에는 훗날 중앙대에 편입된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다녔다. 대학을 중퇴하고 외판원, 술집 웨이터, ‘불교시보’ 기자, 학원 강사 등 다양한 일을 했다.

한국고전번역원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고전을 번역하고, 서울대 규장각에서 고전 해제를 썼다. ‘허균과 개혁사상’, ‘척사위정론의 비판적 검토’ 등을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면서 본격적인 한국사 저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계간지 ‘역사비평’을 내는 역사문제연구소 창립(1986년 2월)에도 참여했고,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와 함께 운영위원으로 지내다 제2대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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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특정 시대사에 집중하는 강단 사학자들과 달리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자유로이 오가며 연구했다. 특히 역사를 쉽고 재밌게 풀어낸 다양한 저서를 남겼다. 개인이 쓴 한국 통사로는 가장 분량이 많다고 알려진 22권짜리 ‘한국사 이야기’(오른쪽)가 대표적이다.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뒤 오류를 수정해 2015년 개정판이 나왔다. 이 외에도 ‘인물로 읽는 한국사’, ‘만화 한국사’, ‘주제로 보는 한국사’, ‘허균의 생각’, ‘전봉준 혁명의 기록’ 등을 발간했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 왜곡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 민족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민족주의 사관’은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 이사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정치와 경제에 집중하는 문헌사와 민속에 관심을 기울이는 생활사 간 경계도 넘는 활동을 펼쳤다.

단재상과 임창순 학술상을 수상했다. 2014년에는 원광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 8월 서울 용산구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도 맡았다. 유족으로 부인 김영희씨와 아들 이응일씨, 딸 응소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21일 오전 10시다. (02)2072-2010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3-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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