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없어도 괜찮아! 열도 흔드는 K-뮤지컬

아이돌 없어도 괜찮아! 열도 흔드는 K-뮤지컬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5-03-12 00:20
수정 2015-03-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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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은 케이팝 아이돌 이벤트”. 일본에 도전하는 한국 뮤지컬에 대한 일본 공연계의 시선이다. 케이팝 아이돌을 내세운 몇몇 단발성 공연에만 관객이 몰리며 케이팝 한류의 부산물 쯤으로 여겨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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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현실에서 최근 국내 공연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이돌 없이 오로지 작품의 힘만으로 일본 시장의 문을 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추리 요소를 접목한 창작뮤지컬 ‘셜록홈즈’ 시즌2 ‘블러디 게임’ ①은 다음달 26일 도쿄 공연을 시작으로 후쿠오카와 효고 현에서 일본 관객들을 만난다. 일본 배우들이 일본어로 연기하는 라이센스 공연이다. 앞서 시즌1 ‘앤더슨가의 비밀’ ②은 지난해 1월 도쿄 초연에서 공연 막바지에 전석 매진은 물론 입석 관객까지 등장했다.

대학로의 스테디셀러인 창작뮤지컬 ‘빨래’ ③는 지난 1월 도쿄에서 라이센스로 공연된 데 이어 30회가 넘는 전국 투어에 나선다. 2012년 초연 당시 일본의 계간지 ‘뮤지컬’이 꼽은 2012년 일본 뮤지컬 6위에 선정되는 등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해 충무아트홀이 제작한 ‘프랑켄슈타인’ ④은 일본 제작사와의 라이센스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대형 창작뮤지컬이 일본에 라이센스로 판매되는 첫 사례다.

이들 작품은 일본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는 게 공연계의 시각이다. 극적인 전개와 웅장한 넘버가 특징인 한국 뮤지컬은 일본 관객들에게 ‘격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명준 충무아트홀 공연기획부장은 “‘프랑켄슈타인’ 공연을 본 일본 제작사 관계자들은 배우들의 가창력과 다이내믹한 극 전개, 강렬한 넘버를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셜록홈즈’와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라이센스로 초연된 ‘블랙메리포핀스’는 추리물을 즐기는 일본인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빨래’의 제작사인 씨에이치 수박 류미현 프로듀서는 “따뜻하고 보편적인 소재와 응원의 메시지가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관객들에게 위로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높은 작품성이 필수다. ‘셜록홈즈’의 노우성 연출가는 “일본 제작자들은 서구 라이센스 위주에서 탈피하려는 과정에서 수준 높은 작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은 케이팝 아이돌이 필수 요소였다. 대극장 객석을 가득 채운 ‘잭 더 리퍼’ ‘삼총사’는 물론 ‘총각네 야채가게’ ‘여신님이 보고계셔’ 등 중·소극장 창작뮤지컬에도 아이돌 가수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작품을 통해 일본에 소개된 배우들은 일본에서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한국 공연계는 현지화에서 뮤지컬 한류의 해법을 찾고 있다. ‘셜록홈즈’는 일본 창작진의 작품 수정을 폭넓게 허용한 점이 주효했다. 일본의 베테랑 배우를 주연으로 섭외하면서 셜록 홈즈의 나이가 40대 전후에서 50대 전후로 올라갔고, 과감한 생략과 높은 밀도가 특징이었던 원작이 일본판에서는 보다 친절해졌다. CJ E&M 공연사업부문 관계자는 “국내 뮤지컬은 현지화를 통해 일본 공연 시장에 안착해 나갈 것”이라면서 “국내 업계에서도 라이센스 진출에 주력하며 현지 제작사와의 협업을 활성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3-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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