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맨드라미만 그리는 화가… 인간의 욕망 같아서

15년째 맨드라미만 그리는 화가… 인간의 욕망 같아서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5-31 17:46
수정 2016-06-01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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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 갤러리에서 김지원 개인전… 소품·드로잉까지 신작 26점 발표

화가 김지원(55)은 15년째 맨드라미를 그린다. 그의 그림은 마지막 희망을 끝내 놓지 못하고 붙들고 사는 우리의 삶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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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지원
화가 김지원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맨드라미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화가는 말한다. “어릴 적 숱하게 봐 왔을 맨드라미가 어느 날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강원도의 어느 분교 화단에서 맨드라미를 봤어요. 식물이지만 동물적인 느낌이 드는, 뇌 같기도 하고. 아무튼 꽃 같지 않은 꽃이 색깔은 왜 그리 붉고 생명력은 어찌나 강한지….”

그는 “파란 하늘, 초록색 이파리와 대비된 붉은 꽃의 강렬한 보색이 마치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맨드라미는 한줌 씨를 뿌리면 그대로 땅위에서 솟아나 한여름 뜨거운 해를 머리에 인 채 이글거리다 이내 무너지듯 사그라든다. 그는 흔하지만 예쁘지 않은 맨드라미 꽃이라는 소박하고 통속적인 소재를 빌려 생(生)의 욕망과 숭고를 노래한다. 흰색 바탕을 칠한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꽃을 그리고 수없이 문대고, 나이프로 거침없이 그어 내리면 이미지들이 뒤엉킨 화면이 완성된다. 단순한 외관의 묘사를 넘어 생의 희로애락을 극적으로 그려 낸 추상이다. 예전에는 한여름의 맨드라미를 주로 그리던 그는 요즘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잎은 누렇게 마르고 바스러진 채 꽃만 붉게 남은 맨드라미를 많이 그린다.

세련되게 화려한, 회화적 에너지가 충만한 그의 맨드라미 시리즈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200호 정도 되는 대작부터 4호 정도의 소품, 드로잉까지 미발표 신작 26점을 선보인다. 박경미 PKM대표는 그의 근작들에 대해 “회화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더 원숙하면서도 우아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 제목은 ‘맨드라미’지만 바닷가 풍경, 헬리콥터 등을 담은 다른 작품 5점도 함께 전시된다. 지난해 11월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제1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기념 개인전을 하느라 갤러리 전시는 6년 만이다. 김지원은 인하대 미술교육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 조형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02)734-9467.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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