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걸’ ‘CK’… 예술로 승화된 찰나의 초상들

‘코카콜라 걸’ ‘CK’… 예술로 승화된 찰나의 초상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8-04-29 17:20
수정 2018-04-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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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전시회 여는 현대 초상화 거장 ‘알렉스 카츠’

단순함에서 본질을 길어올린다. 찰나의 움직임. 그 순간 포착한 얼굴의 표정과 몸의 선, 이를 감싸는 빛의 인상까지 캔버스에 심는다. 단색의 배경에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부위를 잘라낸 듯 캔버스에 옮기고 클로즈업하는 대담한 구도로 그림을 영화나 광고의 한 장면처럼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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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변하는 독특한 현대 추상 회화 스타일을 구축한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이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사진은 구순을 넘긴 그가 올해 작업해 처음 공개한 ‘코카콜라걸 26’이다. 롯데뮤지엄 제공
20세기를 대변하는 독특한 현대 추상 회화 스타일을 구축한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이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사진은 구순을 넘긴 그가 올해 작업해 처음 공개한 ‘코카콜라걸 26’이다. 롯데뮤지엄 제공
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91)의 작품들이 한국을 찾았다. 그가 빚은 액자 속 인물들은 관람객을 한껏 끌어당기는 듯하다가도 기묘한 거리감을 느끼게 해 동시대성과 삶의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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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대변하는 독특한 현대 추상 회화 스타일을 구축한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이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사진은 카츠와 그의 영원한 뮤즈인 아내 아다. 롯데뮤지엄 제공
20세기를 대변하는 독특한 현대 추상 회화 스타일을 구축한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이 7월 23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사진은 카츠와 그의 영원한 뮤즈인 아내 아다. 롯데뮤지엄 제공
오는 7월 23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롯데월드몰 7층)에서 열리는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그 무대다. 이번 전시에서는 카츠의 트레이드 마크인 초상화뿐 아니라 풍경화, 드로잉, 판화, 컷아웃(평면의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조각) 등 70여점의 작품과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카츠의 작품만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전시는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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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를 작품에 끌어들인 ‘CK 1’(2017).
패션 브랜드를 작품에 끌어들인 ‘CK 1’(2017).
카츠가 예술가로 발돋움하던 1960년대 뉴욕은 텔레비전, 영화, 광고 등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과 더불어 잭슨 폴록의 올오버페인팅(전체를 균질하게 표현하는 회화), 앤디 워홀의 팝아트 등 독창적 시각 예술로 흥성거리던 시기였다. 이때 카츠는 특정한 사조에 휩쓸리지 않고 색면과 인물을 과감한 구도로 배치하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빚어내며 이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뉴욕 예술가, 지성인들의 모습과 일상을 가장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로 남긴 그의 작품에는 우리가 사는 사회와 삶의 보편성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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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가 평생 그려 온 아내의 초상화 ‘아다’(2011).
카츠가 평생 그려 온 아내의 초상화 ‘아다’(2011).
예술과 패션, 광고, 대중문화를 조합해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그의 예술세계를 압축한 ‘코카콜라 걸’, ‘CK’(캘빈클라인) 시리즈는 미국 메인주와 뉴욕 소호의 작가 스튜디오에 있다가 처음 전시장에 나온 최신작들이다. ‘코카콜라 걸’은 붉은색과 흰색, ‘CK’는 검은색과 흰색의 간결하고 강렬한 대비로 먼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구순을 넘긴 고령에도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작업에 열중하는 그가 지난해와 올해 집중적으로 그린 그림들은 현대적 감각과 세련미, 브랜드 이미지가 주는 환상까지 품고 있다.

카츠의 예술을 꿰뚫는 또 하나의 오랜 주제는 그의 아내 아다(90)이다. 1957년 결혼한 그는 60년 넘게 아내를 뮤즈로 삼아 250여점의 초상화를 그리며 아내를 하나의 도상으로 자리하게 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20세기에 가장 많이 그려진 여인”인 셈이다. 말간 아름다움으로 빛나던 젊은 시절부터 조화로운 인간미가 주름에 자리한 노년의 모습까지 아다의 초상화는 보는 이들의 시선까지 평온하게 한다. 관람료 1만 3000원(청소년 1만원, 어린이 7000원). 1544-7744.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8-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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