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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과학·우주와 조응한 ‘미래의 미술’…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진가 다시 본다

도시·과학·우주와 조응한 ‘미래의 미술’…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진가 다시 본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11-26 14:12
업데이트 2023-11-2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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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찾은 관람객이 유영국 작가의 ‘산’ 연작들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찾은 관람객이 유영국 작가의 ‘산’ 연작들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점, 선, 원형, 사각형 등 단순한 형태와 원색을 강조하는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서구에서는 몬드리안, 칸딘스키 등의 작업으로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경향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우리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 속에 단색화에 밀려 소외돼 왔다. 하지만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은 극적으로 변화하는 사회과 도시, 과학기술 등에 기민하게 조응하며 시대의 주요 변곡점마다 색다른 양상으로 존재감을 발휘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20~1930년대 처음 등장해 1960~1970년대 특히 번성한 우리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매력과 진면목을 작가 47인의 작품 150여점으로 재조명한다. 내년 5월 19일까지 과천관에서 여는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에서다. ‘미래의 미술’을 꿈꿨던 추상미술가들의 화폭은 지금 보아도 세련된 감각과 시대를 미리 꿰뚫는 통찰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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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윤형근의 1960년대 추상, 69-E8, 1969, 면천에 유채, 165×14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윤형근의 1960년대 추상, 69-E8, 1969, 면천에 유채, 165×14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특히 이번 전시는 김환기, 유영국 등 1세대 대표 추상 작가뿐 아니라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화 주요 작가들의 초기 기하학적 추상들을 다수 선보이며 대가들의 작업의 뿌리를 가늠해보게 한다. 자연과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서정으로 한국적 추상의 세계를 일군 유영국의 1939년 작 ‘작품1’을 비롯해 ‘산’ 연작들이 다채롭게 나왔다.

이번 전시에 새로 공개된 작품도 여럿이다. 특히 윤형근이 1969년 제10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작품 ‘69-E8’은 그간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해 유족들이 수해를 입은 작가의 작업실을 정리하다 둘둘 말린 상태로 발견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과감한 원색이 두드러지는 작품은 1970년대 이후 청다색 등 어두운 색조의 표현적 추상 회화를 주로 그렸던 작가가 대표 작업으로 나아가기 전 궁구했던 ‘새로운 시각’을 엿보게 한다. 이승조가 1970년 제4회 오리진에 출품한 핵 ‘G-999’도 반세기만에 다시 전시장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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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 1부에서는 시인 이상이 직접 디자인한 잡지 ‘중성’ 표지 등을 볼 수 있다. 정서린 기자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전시 1부에서는 시인 이상이 직접 디자인한 잡지 ‘중성’ 표지 등을 볼 수 있다.
정서린 기자
서구의 기하학적 디자인이 영화 주보, 잡지 등에 처음 등장했던 1920~30년대 경성의 분위기를 탐색해볼 수도 있다. 1929년 극장 단성사가 영화 홍보를 위해 만든 단성주보 300호 표지, 시인 이상이 직접 디자인한 잡지 ‘중성’(1929) 표지 등 소개됐다. 100여년 전의 것이지만 시대를 앞서간 전방위 예술가의 감각이 시선을 붙든다.

1969년 미국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열린 ‘우주 시대’에 대한 기대감과 상상력을 표출한 예술가들의 캔버스도 펼쳐진다. 강렬한 색채에 소용돌이 치는 나선 형태가 압도적인 한묵의 ‘금색운의 교차’(1991) 앞에 서면 무한한 우주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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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의 ‘금색운의 교차’, 1991, 캔버스에 유채, 254x20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서린 기자
한묵의 ‘금색운의 교차’, 1991, 캔버스에 유채, 254x20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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