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저무는, 집/여성민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저무는, 집/여성민

입력 2012-01-03 00:00
수정 2012-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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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집/여성민

지붕의 새가 휘파람을 불고, 집이 저무네 저무는, 집에는

풍차를 기다리는 바람이 있고 집의 세 면을 기다리는 한 면

이 있고 저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저무는 것들이

저무네 저물기를 기다리는 시간엔 저물기를 기다리는 말이

있고 저물기를 기다리지 않는 말이 있고 저무는 것이 있고

저물지 못하는 것이 있어서 저물지 못하네 저물기를 기다

리는 말이 저무는 집에 관하여 적네 적는 사이, 집이 저무

네 저무는 말이 소리로 저물고 저물지 못하는 말이 문장으

로 저무네 새는 저무는 지붕에 앉아 휘파람을 부네 휘파람

이 어두워지네 이제 집 안에는 저무는 것들과 저무는 말이

있네 저물지 못하는 것들과 어두워진 휘파람이 있네 새는

저물지 않네 새는 저무는 것이 저물도록 휘파람을 불고 저

무는 것과 저물지 않는 것 사이로 날아가네 달과 나무 사이

로 날아가네 새는 항상 사이를 나네 달과 나무 사이 저무는

것과 저물지 않는 것의 사이 그 사이에 긴장이 있네 새는

단단한 부리로 그 사이를 찌르며 가네 나무가 달을 찌르며

서 있네 저무는 것들은 찌르지 못해 저무네 달은 나무에 찔

려 저물고 꽃은 꿀벌에 찔려 저물고 노을은 산머리에 찔려

저무네 저무는, 집은 저무는 것들을 가두고 있어서 저무네

저물도록, 노래를 기다리던 후렴이 노래를 후려치고 저무

는, 집에는 아직 당도한 문장과 이미 당도하지 않은 문장이

있네 다, 저무네

2012-01-03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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