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근·김태형
올해 응모작들은 비교적 고른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꽤 많은 응모작들이 무대를 만나기 직전의 희곡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발상과 설정이 참신했던 것에 비해 서사를 구축하는 박력은 다소 아쉽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희곡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며 최종심에 오른 6개의 작품 중에서 ‘방 도둑’과 ‘우산 그늘’을 두고 오랫동안 논의했다.심사위원 김태형(왼쪽) 연출가, 박춘근(오른쪽) 극작가.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우산 그늘’은 근미래 배경으로 수명이 다한 비인간을 ‘회수’하면서 발생하는 유사 가족관계를 다룬다. 후반부 서사가 단조로운 점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정서적 울림을 조율하며 가족 구성원의 실체보다는 실체가 없었던, 또는 실체를 잃은 관계에 집중해 압축된 무대로 희곡을 완성하고 있다. 역전된 부자 관계를 우산과 그늘로 상징화한 것도 흥미롭다. SF 요소를 활용하면서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은 점과 가족의 조건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을 극적 서사로 풀어낸 점도 인정할 만하다. 또한 2차원 텍스트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를 상상하면서 희곡을 쓴 노력이 엿보인다. 무대적 글쓰기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당선작으로 뽑는다.
당선작과 겨룬 ‘노인을 위한 가족은 없다’, ‘젓가락 왈츠’, ‘풍선’, ‘얼룩이 지는 시간’ 등도 희곡으로서 가치가 충분한 작품들이다. 등장인물 모두에게 시선을 두고 중반부 이후 장면들을 다듬어 보기 바란다. 희곡을 붙들고 있는 응모 작가들에게 건필과 정진을 기원한다.
2019-01-01 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