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현대극페스티벌
스페인계 프랑스 극작가이자 시인, 영화감독 페르난도 아라발(81)은 현대 전위연극의 기수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잔학함과 도착으로 가득 찬 부조리의 세계를 유머와 사디즘, 몽상을 섞어 묘사하는 데 특장이 있다. 그는 1970년대 소극장운동이 활발했던 우리나라 연극계에도 중요한 작가였다. 암울한 현실에 눈 감지 않고 치열하게 반응했던 아라발의 연극과 70년대 연극인들의 정서는 맞아떨어졌고, 그의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우리 연극계는 현실고발적 연극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지금까지 이오네스코(2009년), 장 주네(2010년), 사뮈엘 베케트(2011)의 작품 세계를 파고들어 왔던 현대극페스티벌이 이번에는 아라발을 선택, 또 한번 부조리극의 탐구를 이어간다. 지난 한해 변화 모색의 시간을 가진 뒤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4회 현대극페스티벌은 올해 규모를 키워 모두 12개 공연단체들이 아라발의 작품 12편을 릴레이로 무대에 올린다.
상연작은 ‘피살된 흑인을 위한 의식’(극단 C 바이러스), ‘장엄한 예식’(극단 TNT), ‘남과 여’(극단 천지), ‘싸움터의 산책’(극단 노을), ‘달걀 속의 협주곡’(극단 창파) 등으로 서울 대학로 노을소극장과 게릴라소극장에서 공연된다. 1970년대부터 아라발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최근까지 그의 작품을 번역·출판해 온 김미라 동의대 교수가 이 작품들의 번역을 맡았다. 축제 기간 중 토요일 정오에는 노을 소극장에서 아라발의 영화 ‘죽음이여, 만세!’(14일), ‘난 미친 말처럼 달리리라’(21일), ‘게르니카의 나무’(28일)의 무료 상영회가 열린다. 전석 2만원. (070)4670-3149.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3-09-0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