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바이올린 신동’이었던 28세 그녀, 베를린 오케스트라 새 역사 쓰고 돌아왔다

16년 전 ‘바이올린 신동’이었던 28세 그녀, 베를린 오케스트라 새 역사 쓰고 돌아왔다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20-01-15 22:44
수정 2020-01-16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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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츠카펠레 최연소·첫 여성 종신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국내 무대 올라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올 4번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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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2004년 2월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 무대에 하늘색 드레스를 입은 작은 여자 아이가 바이올린을 들고 올랐다. 아이는 많은 관객 앞에서도 떨지 않았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다. 피아노 반주자인 어머니만 가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딸을 바라봤지만 아이는 실수 없이 준비한 연주를 깔끔하게 마쳤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20년 1월 14일, 하늘색 드레스를 입었던 아이가 다시 금호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공연장은 기존 광화문에서 서울 신촌 연세대로 이전했고, ‘금호 영재’로 관객 앞에 섰던 아이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성장해 돌아왔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8)이 취재진 앞에 선 건 이날 오전 11시. 그의 ‘평생 직장’이 있는 독일 베를린에서 12시간을 날아 오전 7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긴 비행 탓인지 목소리는 잠겨 있었으나, 바이올린 연주만은 바짝 날이 서 있었다. 450년 역사와 전통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국립교향악단)의 ‘파격적 선택’이 결코 모험이 아님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한국에서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이지윤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공모를 하는데 지원해 보는 건 어떻냐”라는 지도교수의 제안을 받고 지원서를 냈다. 백인 남성 중심의 클래식계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독일의 유서 깊은 악단의 악장 자리이기에 합격 기대보다는 ‘딴생각’이 앞섰다.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을 직접 만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지원했어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경우에 위닝(winning)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그런 경우였던 것 같아요. 신선함이 크게 어필했던 게 아닐까요.”

이지윤은 그렇게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새 역사를 썼다. 2017년 음악감독 바렌보임 앞에서 선보인 오디션을 통해 악장으로 임용됐고 이듬해 5월 단원 투표를 통해 만장일치로 종신 악장에까지 올랐다. 1570년 악단 창단 후 첫 여성, 첫 동양인,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단 악장에 전 유럽 클래식계가 주목했다. 이지윤은 “오케스트라에 30년 넘게 연주하신 분들도 많아서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타이밍에 오디션을 보게 됐다”면서 “(악단에) 인터내셔널한 면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도 내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어린 악장’은 단원들과의 융화와 조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는 “항상 단원들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실수한 건 바로 인정하며 연주를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인간관계도 중요해 그런 점도 노력하고 있다”고 현지 생활을 전했다.

이지윤은 16년 전 데뷔 무대를 만들어 준 금호아트홀에서 상주음악가로 올해 4번 연주회를 연다. 16일 신년음악회로 피아니스트 벤 킴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첼리스트 막시밀리안 호르눙(5월 7일), 피아니스트 프랑크 두프리(8월 27일), 피아니스트 헨리 크레이머(12월 10일)와 협연을 이어 간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20-01-1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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