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타고 온 콘서트… 꿀잼 댓글·시간도 순삭

랜선 타고 온 콘서트… 꿀잼 댓글·시간도 순삭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20-10-14 20:24
업데이트 2020-10-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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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온라인 공연… 음악계 대안 될까

십센치 권정열, 비아이돌 최초 랜선 공연
관람료 3만 5000원 지불한 2000명 참여
듀오 옥상달빛, 잣나무숲서 라이브 공연

역동적인 카메라·생생한 음향 전달 중점
“코로나 장기화 대비한 콘텐츠 차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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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온라인 유료 공연 ‘호텔룸 1010’을 펼친 가수 10CM(십센치)가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십센치는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과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지난 10일 온라인 유료 공연 ‘호텔룸 1010’을 펼친 가수 10CM(십센치)가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십센치는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과 실시간 채팅으로 소통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자, 여러분 댓글로 격한 떼창과 이모티콘 올려 주세요.”

지난 10일 오후 8시 30분. 미리 예매한 티켓으로 카카오TV에 접속하자 밴드 10CM(십센치) 권정열의 라이브 무대가 안방에 펼쳐졌다. “이 곡만큼은 여러분의 목소리가 컸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관객들은 실시간으로 가사를 입력하며 ‘채팅 떼창’을 쏟아 냈다.

‘호텔룸 1010’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공연은 코로나19 이후 아이돌이 아닌 가수로는 처음 시도한 온라인 유료 단독 콘서트다. 3만 5000원을 기꺼이 지불한 2000명의 관객은 2시간 30분 동안 TV와 모니터 앞에서 끊임없이 실시간 소통을 주고받았다. 증강현실(AR)이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 없었지만 뮤지션이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대화하고 실시간 신청곡도 소화하면서 친밀감을 만들었다.

방구석 관객의 몰입을 돕기 위한 장치들도 마련했다. 뮤지션은 관객과 눈을 맞추고, 카메라는 뮤지션의 동선을 따라가 단조로움을 피했다. 경기 파주시에 호텔 모양 세트장을 설치해 라이브 밴드를 배치하고 방과 복도, 외부를 오가며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권정열은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도 온에어는 긴장이 된다”면서 “온라인의 장점이 하나 있다면 댓글 하나하나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첫 온라인 공연 소감을 밝혔다. 관객들 역시 “공연이 그립다”면서도 “(온라인 공연을) 많이 준비한 티가 난다”, “시간 순삭”이라는 글로 응원을 보탰다.

코로나19 이후 방탄소년단 등 글로벌 팬덤을 가진 케이팝 그룹들은 유료 온라인 공연 모델로 새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는 국내 팬들을 대상으로 공연 위주 활동을 펼치는 대다수 뮤지션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모델이다. 업계에선 사태 장기화에 따라 차별화된 콘텐츠로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왔다. 십센치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관계자는 “오프라인 공연을 장기간 못 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기획했다”며 “준비 과정에서 라이브 밴드 등 음향을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잘 전달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오는 18일에는 듀오 옥상달빛이 ‘어나더 플레이스’(Another Place)라는 이름으로 잣나무 숲에서 라이브를 펼친다. 자연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까지 라이브로 담는다. 공연장 밖으로 벗어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점을 활용해 새로운 장소와 콘셉트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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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제17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가수 장필순이 재즈밴드 더 버드와 함께한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을 스트리밍으로 만날 수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온라인으로 진행 중인 제17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가수 장필순이 재즈밴드 더 버드와 함께한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을 스트리밍으로 만날 수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제17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도 지난 9일부터 온라인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오후 6시부터 유튜브와 네이버TV로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 30팀 공연을 스트리밍한다. 무료로 볼 수 있고 기부도 가능하다.

유료 모델에 대한 실험 속에, 오프라인 공연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이런 가운데 오는 24~25일 일산 킨텍스에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0’이 열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축제로 이목이 쏠린다. 페스티벌 측은 “비용 측면에서 수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지만 공연을 이어 간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공연업계 존속을 위한 주춧돌이 되기를 바라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2020-10-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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