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 책] ‘문명’을 거부한 섬 소년

[이주일의 어린이 책] ‘문명’을 거부한 섬 소년

입력 2013-07-06 00:00
수정 2013-07-06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제미 버튼] 앨릭스 바즐레이 지음/ 제니퍼 우만·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다섯수레/1만 2000원

섬 소년은 밤이면 늘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파도가 흥얼대는 소리를 들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바다 건너편 세상에서 살면 어떨까.’ 어느 날 배를 타고 바다 건너 온 손님들이 소년에게 손짓했다. “우리와 함께 가서 발달된 문명 세계를 경험해 보렴.”

손님들은 소년의 가족들에게 진주 단추를 선물했다. 소년의 이름은 ‘제미 버튼’이 됐다. 어둡고 거친 바다를 오래도록 나아가 낯선 육지에 닿은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돌로 지어진 집이 숲 속 나무보다 훨씬 높다니…. 갖가지 옷으로 치장한 사람들과 기기묘묘한 물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반면 소년은 벌거벗은 자신의 작은 몸이 더 작게 느껴졌다. 곧 제미 버튼도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긴 했지만 같을 수는 없었다.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에 이끌려 왕과 왕비까지 만나지만 고향과 같을 수는 없었다.

먼 나라 사람들은 제미 버튼에게 ‘특명’을 내린다. “고향으로 돌아가 주민들에게 그동안 배운 문명을 가르치라”고.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제미 버튼은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1830년 영국의 로버트 피츠로이 선장은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 끝자락 티에라델푸에고 섬(불의 땅)에 가닿는다. 선장은 야만인 같은 섬 주민들을 영국 신사로 만들려고 오룬델리코라는 소년을 영국에 데리고 갔다. ‘제미 버튼’은 이 세계사의 단면을 그림책에 담고 싶어 한 미국 화가 제니퍼 우만의 소박한 꿈에서 탄생했다. 원시의 풍요로움을 간직한 숲과 바다를 천편일률적인 도시의 모습과 대비하며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그림이 아름답다. 초등 중학년까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3-07-06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 or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설 연휴 전날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일부 반발이 제기됐다.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많은 기혼 여성들의 명절 가사 노동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수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은 27일보타 31일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설명절 임시공휴일 27일과 31일 여러분의…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31일이 임시공휴일로 적합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