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 책] 괴담 속 주인공 댕구와 꼬물래의 진짜 얼굴은…

[이주일의 어린이 책] 괴담 속 주인공 댕구와 꼬물래의 진짜 얼굴은…

입력 2015-01-09 23:54
수정 2015-01-10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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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구와 꼬물래/김미숙 지음/조미애 그림/현암사/152쪽/1만 2000원

‘주호’는 친구들이 자신을 ‘꼬물래’라고 놀려서 속상하다. 꼬물래는 주호 동네에 사는 거지 할머니다. 아이들은 이상한 냄새가 날 때면 “꼬물래 왔나”라고 한다. 꼬물래가 멀리서 나타나기만 해도 지린내, 구린내가 진동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전학 온 짝꿍 ‘서연’이 앞에서 아이들이 꼬물래라고 놀릴 땐 눈물까지 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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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을에 꼬물래에 필적할 만한 ‘댕구’가 나타난다. 정처 없이 떠도는 거지 할아버지다. 댕구가 학교 앞에 나타나면서 괴담이 퍼지기 시작한다. 꼬물래는 아이를 잡아먹고, 댕구는 아이를 유괴해 간다는 것이다. 꼬물래 아이 요리법, 아이들 시체로 가득한 꼬물래 집, 댕구의 여중생 유괴 방법, 아이를 쥐도 새도 모르게 유괴해 팔아 버리는 댕구 등 시간이 흐르면서 소문은 더욱 흉포해진다.

그러던 중 댕구와 꼬물래는 각각 여중생 유괴범과 강아지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로 잡혀간다. 주호와 서연이 엄마가 나서 둘의 누명을 벗겨준다. 여중생 유괴 현장을 목격했던 주호는 댕구는 여중생을 유괴하려 한 게 아니라 납치되려는 여중생을 괴한으로부터 구했다고 증언한다. 동물병원 의사인 서연이 엄마는 길 잃은 개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본 꼬물래의 모습을 들려준다. 시청에서 노숙자 쉼터 건립을 맡은 주호 아빠와 서연이 엄마의 도움으로 두 사람은 새 삶을 찾게 된다. 꼬물래와 댕구의 신원과 그들에게 얽힌 사연도 밝혀진다.

시장 모퉁이, 지하철 계단, 지하상가 구석…. 우리 주위 곳곳에는 꼬물래와 댕구가 있다. 모두들 마주치기를 꺼려하며 피해갈 뿐이다. 그들에게 세상을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줄 수는 없을까. 이 책은 겉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려 하는 마음을 가질 때 그 가능성은 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도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을 때 편견은 깨어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림도 돋보인다. 인물 표정이나 동네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살려냈다. 초등 고학년.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1-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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