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는 부자의 ‘천국행 티켓’ 되어 줄까

증세는 부자의 ‘천국행 티켓’ 되어 줄까

입력 2015-01-30 17:54
수정 2015-01-3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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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천국 가는 법(法)/폴 크루그먼·뉴트 깅리치 등 지음/양상모 옮김/오래된 생각/160쪽/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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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경제성장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빈곤층과 중산층의 소득이 정체된 반면 최상위의 부유층은 예금이자와 주식배당 등으로 거액의 자산소득을 누리고 있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적절하게 부의 재분배를 실시하는 것은 현명한 공공정책이자 기본적인 공정성의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부자 증세보다는 감세와 규제 완화로 생산과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세율을 인상하면 노동과 투자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신간 ‘부자가 천국 가는 법(法)’은 캐나다 최고의 공공정책 공개토론인 멍크 디베이트에서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세계적 논객들이 ‘부유층에 대해 증세할 것인가’를 놓고 2013년 5월 30일 토론토의 로이톰슨홀에서 벌인 논쟁을 담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과 전 그리스 총리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는 부자 증세 찬성자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레이건 대통령 경제고문을 지낸 아서 래퍼는 반대자로 나서 열띤 설전을 벌인다. 래퍼는 부자 증세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래퍼곡선’을 발표한 바 있다. 크루그먼은 래퍼곡선을 비판하면서 부자의 세금을 올려 그 재원으로 빈곤층과 중산층을 위한 양질의 공공서비스에 투자하고 소비 주도형 경제성장을 달성한다고 주장했다. 파판드레우는 그리스가 재정위기에 빠질 때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적 연대의 관점에서도 부유층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반해 깅리치는 “성공할 사람을 어떻게 처벌할지보다는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래퍼는 “세법은 고치고 세율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 팽팽한 논쟁을 읽다 보면 마른행주 쥐어짜듯 ‘서민 증세’로 방향을 잡은 우리 정부 관계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어떤 주장을 펼쳤을지 궁금해진다. 책 제목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는 예수의 말씀에서 따왔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1-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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