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만든 위험의 공정 분배 고민하다

자본주의가 만든 위험의 공정 분배 고민하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5-05-23 00:06
수정 2015-05-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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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 좌회전/강은주 지음/동녘/288쪽/1만 4000원

1970년 와우아파트 참사,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참사까지. 이렇듯 위험은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건강하고 온전하게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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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호 좌회전’은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들을 종횡무진하며 우리가 직면한 위험의 본질과 실체를 조명한다. 진보 정당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 분석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우리는 다소 효율적이지만 자신에게 닥칠 모든 일을 오롯이 혼자 책임져야 하는 비보호 좌회전 구간으로 점철된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고 설파한다.

한국은 왜 위험으로 가득한 디스토피아가 됐을까. 흔히 고속 성장 과정에서 생긴 ‘빨리빨리 문화, ‘안전불감증’과 같은 소위 ‘한국적 특성’을 문제 삼지만 책은 ‘자본주의적 특성’이 위험을 키우는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이윤 추구를 위해 안전이나 인권 및 환경 같은 가치를 무시하는 자본이 계속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많은 사례들을 교차시키며 자본주의가 어떻게 위험을 만들고 키우는지 보여 준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지만 극단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만나면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한다. 자본주의는 위험을 만들고 키울 뿐만 아니라 배분도 불평등하게 한다.

여기에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그것을 방조하고 있으며 자본과 국가를 견제해야 할 정치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사람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공동체도 허물어진 지 오래다. 결국 한국에서 개개인은 위험 앞에 홀로 던져져 있는 것과 다름없다. 저자는 “위험이 증폭되고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은 사람들이 수용할 위험의 수준을 소수의 정책 결정권자나 이익집단이 이윤을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정의로운 부의 분배를 넘어 정의로운 위험의 분배가 새로이 고민해야 할 핵심 정치 의제”라고 주장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5-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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