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어린이 책] 바쁜 가족 바닷가로 순간 이동!

[이주일의 어린이 책] 바쁜 가족 바닷가로 순간 이동!

김승훈 기자
입력 2015-07-24 23:16
수정 2015-07-2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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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납치 사건/김고은 글·그림/책읽는곰/40쪽/1만 2000원

아침 7시 30분, 아빠 전일만씨는 일해역 3-1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겨우 지하철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빠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벌러덩 나자빠지고 말았다. 지하철은 아빠만 남겨 두고 휭하니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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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정각, 엄마 나성실씨는 늘 그랬듯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보냈다. 그런 다음 재빨리 화장을 하고 설거지까지 말끔히 끝낸 뒤 집을 나섰다. 3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해치우고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

9시 30분, 딸 전진해는 칠판 앞에 서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었다. 알쏭달쏭한 숫자랑 기호 때문에 머리는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 수업이 끝나면 또 다른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아야 한다. 아빠 엄마는 일 때문에 저녁 늦게나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아빠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 승강장에 넘어진 순간, 엄마가 회사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진해가 수학 문제를 풀며 끙끙거리는 순간, 이 가족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아빠는 들고 있는 가방에 담겨, 엄마는 입고 있는 치마에 싸여, 진해는 머릿속 숫자들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빠져나가며 바닷가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된 것이다. 바닷가에서 아빠 엄마는 회사도 집도, 진해는 학교도 학원도 다 잊고 신나게 놀았다. 그래도 별일 없었다.

일로 바쁜 아빠 엄마에게 자신과 아이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빠 엄마가 바쁘면 아이도 바쁠 수밖에 없다. 아이만 덩그러니 집에 홀로 남겨 두고 일하러 가는 부모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빠 엄마가 쉬어야 아이도 쉴 수 있다.

실제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어린이는 ‘딱 하루만이라도 어른들을 놀 수 있는 나라로 보내자’는 시를 써서 어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작가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바쁜 아빠, 바쁜 엄마, 바쁜 나를 누군가 멀리멀리 데려가 마음껏 놀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그 생각이 자라 그림책이 됐다”고 설명했다. 4~7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5-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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