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부터 도축까지… 생명에 대한 성찰

사육부터 도축까지… 생명에 대한 성찰

손원천 기자
손원천 기자
입력 2015-11-13 17:04
수정 2015-11-1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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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우치자와 준코 지음/정보희 옮김/달팽이출판/320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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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전위적이다. ‘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라니. 애면글면 키운 짐승을 도축해 먹은 뒤, 소화와 배설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시킬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엽기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돼지고기와 매우 친숙한 우리지만 사실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까지 오르는지는 잘 모른다. 한데 돼지가 어떤 식으로 길러지고 처리되는지 궁금하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저자의 의도는 뭘까.

책은 르포 작가인 저자가 시골집을 얻어 1년 동안 돼지 세 마리를 키운 뒤 잡아먹기까지를 기록한 보고서다. 각국의 도축장을 취재하러 다니던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돼지고기가 어떻게 태어나 도축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이 궁금해지자 새끼 돼지 세 마리를 분양받아 직접 키운다. 저자는 스스로 이름까지 붙인 돼지와 먹고 자며 돼지라는 동물이 어떤 먹이를 좋아하고 어떤 습성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

책은 채식과 육식에 대해 논쟁적이지 않다. 도축뿐 아니라 육식에 대한 차별을 양산하는 사회의 모습, 종교, 사람들의 마음과 직면할 때마다 저자는 무엇이 불쌍하고 무엇이 불쌍하지 않은지, 또 무엇을 먹고 무엇을 안 먹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지만 답은 얻지 못한다. 저자의 돼지 키우기는 사실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돼지를 키우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이 웃음을 유발했다면 도축의 순간은 생명에 대한 성찰과 육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도축에 이어 열린 세 마리 시식회에서 저자는 전혀 뜻하지 않았던 믿음을 갖게 된다. 자신이 귀여워하면서 키우고, 죽이고, 먹은 세 마리가 소화가 되고 배설을 한 뒤에도 자신과 함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범부의 소갈머리로는 도무지 저자의 정서가 이해되지 않지만, 이 같은 돼지 키우기를 통해 저자가 생명에 대한 성찰을 얻고 육식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건 분명해 보인다. 채식을 하든 육식을 하든 다른 생명을 먹어야 우리의 생명이 유지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고맙고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책은 돼지를 통해 그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준다. 아울러 저자는 돼지 사육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료회사, 도축장, 정육점, 도매업자를 취재해 일반화된 돼지고기 사육방법과 유통 경로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대형화, 공장화된 현대 축산의 문제점을 살피고 이로 인해 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5-11-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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