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페이크에 속는가?
이시카와 마사토 지음/임세라 옮김
여문책/248쪽/1만 7000원
과학에 근거할 땐 구별 더 어려워
반증도 살피기 등 맞설 방법 제안
과학의 탈을 빌려 썼을 때는 가짜를 구별하기가 더 어렵다. 일본에서 빚어진 일이다. 한 저명한 과학자가 특정 업체의 침대를 ‘휴식에 최적화된 침대’라고 소개하는 내용의 광고가 잡지에 실렸다. 근거는 알파파의 상승이었다. 자신이 침대에 누웠더니 알파파가 상승했다는 식으로 침대의 이완 효과를 광고한 것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알파파는 신체가 휴식을 취할 때 나타나는 뇌파다. 문제는 알파파가 자세와 상관없이 가만히 10분 정도 심호흡만 해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굳이 침대에 눕지 않아도 그렇다. 그러니까 이 침대가 과학적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침대에 누워 전후 비교를 할 게 아니라 타사 침대를 일렬로 늘어놓고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해야 했다. 단순히 침대에 눕기 전후를 비교한 것으로 알파파 증진 효과 운운하는 건 과학의 신뢰를 등에 업은 페이크다. 이런 정교한 페이크에 비교하면 코로나 백신에 IC칩이 박혔다는 따위의 페이크는 거의 애교 수준이 아닐까.
현대는 페이크의 시대다. 신문, 방송 등 전통 매체 외에도 인터넷 방송 등 뉴미디어가 급속히 발달하며 온갖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증진해야 할 자유로운 정보 매체가 오히려 사회질서를 해치고 있는 셈이다. 페이크 문제는 페이크에만 집중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저자는 페이크에 맞설 방법으로 확증뿐만 아니라 반증도 살펴보기,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 신중해지기, 제품의 효과를 판단할 때는 비교·분석해 보기, 이론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고 생각하기 등을 제안한다.
2023-09-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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