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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메디치상 수상 한강 “작별하지 않는 마음, 독자들도 느껴주시길”

佛 메디치상 수상 한강 “작별하지 않는 마음, 독자들도 느껴주시길”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23-11-10 10:31
업데이트 2023-11-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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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
배경 달라도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
현재 서울 배경 ‘겨울 3부작’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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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책을 펴낸 프랑스 파리의 그라세 출판사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 연합뉴스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책을 펴낸 프랑스 파리의 그라세 출판사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 연합뉴스
“제목이 ‘작별하지 않는다’인데, 제가 닿고 싶은 마음이 끝없는 사랑, 작별하지 않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독자들이 느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9일(현지시간) 장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불어판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3) 작가가 독자들에게 건넨 이야기다.

한강 작가는 이날 수상 이후 책을 출간한 프랑스 파리의 그라세 출판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최근에 낸 장편 소설로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프랑스에서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이란 제목으로 지난 8월말 펴나온 수상작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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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책을 펴낸 프랑스 파리의 그라세 출판사에서 현지 출판사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파리 연합뉴스
한강 작가가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책을 펴낸 프랑스 파리의 그라세 출판사에서 현지 출판사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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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제주 4·3의 참혹한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한강 작가는 “4.3사건만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학살에까지 가지를 뻗어나가는 소설”이라며 “정심이라는 인물의 너무나 뜨겁고 끈질기고 강한 마음이 되려고 매일 아침 생각하는 시간은 겹겹이 쌓였다. 고통스러운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의 내면에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밝음’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제주 4·3사건이라는 한국의 과거사가 프랑스 독자들에게 어떻게 가닿았을지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소설 쓸 땐 완성만 생각..독자 반응 생각지 않아”
메디치상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
작품 깊이와 감성, 환상적 문체에 매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 이력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은 작가에게 성취이자 영광이지만 차기작을 쓸 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글을 쓸 때는 소설 완성밖에는 생각할 여력이 없어서 독자의 반응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순간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고 했다.

그간 주요작에서 한국 현대사를 다뤄온 그는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고, 바라건대 다음엔 좀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초 책 초판을 5000부 찍은 그라세 출판사는 메디치상 수상 직후 1만 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그라세 출판사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책이 처음 펴나왔을 때부터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수준의 평점을 줬다. 메디치상 수상도 그 연장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메디치상 심사위원 파스칼 로제는 “심사위원단이 만장일치로 한강을 선정했다”며 “작품의 깊이와 감성, 환상적이면서도 내밀한 문체에 매료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국 현대사의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간의 공통된 내면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문체가 아주 아름다웠고 번역이 탁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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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의 조하킴 슈네프(왼쪽) 편집자와 최경란 번역가.  파리 연합뉴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프랑스 출판사 그라세의 조하킴 슈네프(왼쪽) 편집자와 최경란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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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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