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을 넘어서…사후 100년, 여전히 새로운 카프카

‘변신’을 넘어서…사후 100년, 여전히 새로운 카프카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6-02 11:59
수정 2024-06-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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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프란츠 카프카 100주기
‘학술원’ 등 ‘변신’ 넘어선 새 면모
최근 공개된 카프카의 그림도 주목
오는 9월 인천대서 국제학술대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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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
“많은 책은 자신의 성(城)안에 있는 낯선 방들을 여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한다네.”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어릴 적 친구였던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1903년 11월 8일의 편지에 이렇게 썼다. 자기 안의 낯선 세계를 해독할 실마리로써 문학의 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3일은 카프카가 사망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모든 작품이 쓰인 지 한 세기가 지나게 되는 셈인데, 여전히 그의 문학으로 들어가는 ‘열쇠’는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카프카더러 “자신의 텍스트들을 해석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했다”고 짚은 바 있다. 카프카의 소설이 여전히 새롭고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서 카프카는 그간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벌레가 돼 있었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소설 ‘변신’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다. 최근 카프카의 저작을 번역한 국내 독문학자 2명에게 ‘2024년 한국인이 읽을 카프카의 소설’을 두 편씩 추천받았다.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단식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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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
한국카프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창비·민음사·문학과지성사 등 여러 출판사에서 카프카 번역서를 낸 편영수 전주대 명예교수는 단편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이하 학술원)와 ‘단식 광대’를 추천했다. ‘학술원’은 인간을 모방한 끝에 인간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한 원숭이를 앞세운 서간체 소설이다. 편 교수는 “문명 세계의 무자비한 학습을 통한 인간으로의 발전은 승화가 아니라 자유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단식쇼’를 벌이는 광대가 사실은 입에 맞는 음식이 없어서 먹지 않았던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단식 광대’에 대해서는 “입에 맞는 음식이란 카프카의 ‘글쓰기’였으며, 이는 그의 삶에서 그것만이 가장 생산적인 활동이요, 삶을 지탱하는 가능성이었음을 비유하고 있다”고 했다.

‘선고’·‘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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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단식광대. 문학동네 제공
변신·단식광대. 문학동네 제공
최근 문학동네에서 카프카 단편선을 비롯해 앞서 장편 ‘성’(열린책들) 등을 번역한 이재황 아주대 특임교수는 단편 ‘선고’와 장편 ‘소송’의 일독을 제안했다. 실제 프라하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까지 받았고 노동자를 위한 산업재해보험공사에서 오래 일했던 카프카는 법·제도·관료제의 허상을 집요하게 탐구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하룻밤 만에 완성한 소설로도 알려진 ‘선고’는 카프카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라고도 고백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카프카 문학의 ‘영원한 주제’로도 불리는 부자 갈등의 모티프가 선명하게 형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는 채 체포당한 K의 이야기를 담은 ‘소송’은 “익명의 거대 권력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그리는 점에서 작가 사후에 등장할 전체주의 권력의 정치적 폭력을 비유적으로 예견한 작품으로 이해되기도 한다”고도 했다.

국내외서 ‘카프카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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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그림들’(왼쪽·문학동네)·‘카프카, 카프카’(나남)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들’(왼쪽·문학동네)·‘카프카, 카프카’(나남)
한편,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국내외 문학계에서는 다양한 ‘카프카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인천대에서 열리는 한국카프카학회 학술대회는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일본의 카프카 연구자들도 참석하는 국제대회로 치러진다. 최근에서야 공개된 카프카의 그림들을 모은 그림집(프란츠 카프카의 그림)을 출간한 문학동네는 저명한 문예비평가 주디스 버틀러를 초청한 ‘줌토크’(줌으로 진행하는 북토크)를 계획하고 있다.

주한독일문화원은 이달 말까지 ‘카프카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일러스트레이션 특별전, 오는 18일 현 카프카학회 회장인 목승숙 인천대 교수의 강연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출판사 나남은 시인 김혜순,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이 한국문학의 관점에서 카프카를 재조명한 책 ‘카프카, 카프카’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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