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눌 없는 성철 존재할 수 없어 한국불교, 돈오돈수 핵심 수용을”
천주교 예수회 사제인 서명원(본명 베르나르 스네칼 위·60) 서강대 교수(종교학)가 성철 스님의 선(禪)사상을 설파한 책을 펴내 화제다.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퇴옹성철, 이 뭣고?’(서강대출판부 발행)가 그것. 그동안 불교 진리, 특히 성철 스님의 선 사상에 천착해온 서 교수가 지난 20여년 동안 성철 스님을 연구하며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던 논문 가운데 6편을 추려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출간했다.서명원 서강대 교수
캐나다 태생으로 프랑스 보르도 의대를 다니다 그만두고 1979년 사제의 길에 들어선 서 교수는 지난 2004년 ‘퇴옹성철 선사의 생애 및 전서’ 주제의 논문으로 프랑스 파리 7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 2005년 서강대 교수로 임명된 뒤 지금까지 성철 스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외에 다양한 논문을 발표해 불교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책의 큰 특징은 그리스도교 전통 속에 나타난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의 관계를 통해 돈오돈수의 우수성을 설명한 점. 서 교수는 책에서 “성철 스님은 간화선을 통해 누구나 단박에 구경각(究竟覺)에 이를 수 있다고 한 반면 그리스도교에선 단박에 깨쳐 단박에 수행(修行)이 이뤄지는 경우는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주장한다.
서 교수는 특히 ‘지눌 없는 성철’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박고 성철 스님의 극단성에 빠지지 않으면서 돈오돈수의 핵심을 받아들일 때 한국불교가 더 아름답게 꽃피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3-12-20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