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섬 태초의 힘

원시의 섬 태초의 힘

입력 2018-07-26 17:44
수정 2018-07-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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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열쇠 찾는 갈라파고스 여행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준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섬은 희귀한 동식물과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가드너베이 해변에 누워 여유를 만끽하는 듯한 새끼 바다사자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영감을 준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섬은 희귀한 동식물과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가드너베이 해변에 누워 여유를 만끽하는 듯한 새끼 바다사자의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갈라파고스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출발지인 에콰도르 과야킬 공항에서부터 짐 검사가 까다로웠다. 비행기에 오르는 모든 승객들은 가방의 지퍼를 열어야 했다. 씨앗이나 과일은 섬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백발의 외국인 아주머니는 말린 꽃차까지 빼앗아 간다며 화를 냈다. 게다가 지갑에서 돈도 쑥쑥 빠져나갔다. 입도 카드(TCT)가 무려 20달러. 여기에 입도비 100달러를 또 내야 했다. 자연에 해를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써야 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우리는 지금 갈라파고스에 가고 있잖아요.” 꽃차를 뺏겼던 백발의 아주머니는 티켓을 흔들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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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야킬 공항을 이륙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승무원들이 수하물 선반을 모조리 열고는 소독약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착륙이 가까웠다는 신호였다. 갈라파고스의 산크리스토발섬에 착륙해서도 바다사자와의 만남은 잠시 더 시간을 미뤄야 했다. 가방 지퍼를 다시 열어젖히고 짐 검사를 다시 한 후, 탐지견이 한참 동안이나 코를 가방을 대고 킁킁거리다가 꼬리를 흔들고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갈라파고스의 흙을 밟을 수 있었다.

섬에서 가장 번화한 마을인 푸에르토바케리소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저녁이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노을이 번져 오고 있었다. 예약한 크루즈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는 길, 여행자를 반기는 건 ‘끄으윽 끄으윽’ 하는 바다사자의 울음소리였다. 선착장 끝에는 마을 사람들과 바다사자들이 모여 보랏빛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는 커다란 바다사자 한 마리가 누워 “어서 와, 갈라파고스는 처음이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콧수염을 찔금거렸다.

1835년 9월 15일 비글호를 타고 갈라파고스제도에 도착한 찰스 다윈은 제각기 부리가 다르게 생긴 새들이 모두 같은 핀치새라는 것을 알고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진화론을 세우게 된다.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1000㎞ 지점에 위치한 갈라파고스제도는 19개의 섬과 많은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 폭발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정식명칭은 콜론제도다.

갈라파고스에는 산호초가 없다. 적도에 위치하지만 해저에서 솟아나는 차가운 물과 남미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한류의 영향으로 수온이 15℃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연 강수량도 1000㎜가 채 되지 않아 야자수도 자라지 않는다. 갈라파고스만의 독특한 생물상은 이런 척박한 환경과 고립된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갈라파고스에 서식하는 포유류와 조류·파충류의 80%, 고등식물의 약 40%가 고유종이고 바닷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바다이구아나는 전 세계에서 오직 갈라파고스에서만 살고 있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2018-07-27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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