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미 정상 통화내용 3급 국가기밀”… 나경원 “국민 알권리”

입력 : ㅣ 수정 : 2019-05-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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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관 ‘기밀 누설죄’ 등 법적 책임 논란
휴대폰 조사 합법vs불법감찰 갑론을박
외교부 “열람 자격 여부 등 철저히 조사”
한국당 일부 “강효상 발언, 국익 해쳤다”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K참사관이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 내용을 무단으로 고교 선배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것이 청와대 조사 결과 밝혀지면서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한국당 소속 의원이 강 의원의 행동을 ‘국익침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대외공개가 불가한 3급 기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을 확인했고 유출자도 시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현재 조사 중”이라고 했다.

K참사관은 지난 7일 있었던 한미 정상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일(5월 25∼28일)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는 내용을 고교 선배인 강 의원에게 알려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3월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자 접촉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을 알려 줬다는 의혹도 있다.

김가헌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127조)에 해당한다”며 “외교상 기밀누설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여기서 누설은 외국에 알리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유출했다는 점에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을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에 따라 강 의원에게는 형법상 기밀누설을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강 의원이 협박 등을 통해 해당 정보를 취득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K참사관이 3급 기밀을 열람할 자격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정무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K참사관의 정보 취급 자격이나 과정에 따라 조사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외교부는 주미 한국 대사관 전반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의 행동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도 치열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야당 입장에서는 한미 정상 간 어떤 내용이 통화됐고 한미 동맹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 위해 최대한 정보 수집을 한 것”이라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이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한국당 내에서도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라며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익제보란 조직 내부의 부정·비리를 알리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성립되지 않는다”며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굉장히 민감하고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는 건 모두 아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도 공익제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가 기존 브리핑에서 밝혔던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휴대전화 감찰에 대해서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지는 것이라 전혀 불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9-05-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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