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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국계 IB, ‘백투백 헤지’ 투자로 2~3%대 수수료 챙겼다

[단독] 외국계 IB, ‘백투백 헤지’ 투자로 2~3%대 수수료 챙겼다

장진복 기자
장진복, 김주연 기자
입력 2019-10-20 17:44
업데이트 2019-10-2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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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수수료 장사 몰두한 금융사들

외국계 IB, 국내 증권사에 DLF 상품 소개
DLF 발행 증권사도 백투백 헤지 계약
상품 자체 수익·손실 무관 수수료 수익
금감원, 새달 은행 손해배상 비율 결정
개인판매 원금손실 상품 구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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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이 커진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 은행 등 금융사들은 어느 누구도 투자자의 손실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수수료 수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우리·KEB하나은행 DLF 상품(7950억원)에 참여한 개별 금융사별 수수료 수익 총액’ 자료에 따르면 미국 JP모건은 우리은행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에 대한 수수료 수익으로 17억 4900만원(수수료 수익률 3.02%)을 얻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 수수료로 22억 8600만원(3.83%),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연계 DLF 수수료로 36억 8200만원(2.36%)을 받았다.

DLF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을 보는데도 외국계 IB가 2~3%대의 수수료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백투백 헤지’(위험 회피)라는 투자 기법이 있다. 보통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는 손실을 입을 것에 대비해 발행자금을 헤지 자산으로 운용한다. 헤지 방식은 국공채, 회사채, 예금 등으로 굴리는 자체 헤지와 해외 금융기관과 거래를 맺어 위험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백투백 헤지로 구분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DLF의 설계·제조 과정을 들여다보면 외국계 IB는 자사 국내지점 등을 통해 국내 증권사에 DLF 상품을 소개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는 DLF 상품을 발행하면서 외국계 IB와 같은 조건으로 백투백 헤지 계약을 맺었다.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 금리 및 미국·영국 CMS가 원금 손실 기준(배리어)을 넘어설 정도로 오르거나 내릴 것에 대비해서다.

외국계 IB는 DLF 헤지 대가로 헤지수수료를, 증권사는 DLF를 발행한 데 따른 수수료를 각각 챙겼다. DLF 상품 자체가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수료를 거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2일 DLF 관련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DLF 거래에 참여한 관련 금융회사들은 DLF로 인한 리스크를 제3자에게 이전하면서 자사의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다음달부터 DLF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은행의 손해배상 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DLF와 같이 원금 손실 위험이 큰 파생결합상품의 설계·제조에 관여한 금융회사들이 헤지 등으로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일반인을 상대로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 의원은 “DLF 상품 구조는 금융 지식이 얕은 개인이 전적으로 리스크를 지고 금융지식으로 무장한 금융사는 모든 위험을 회피한 사기성 상품”이라며 “개인에게 팔리는 원금 손실 상품에 대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10-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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