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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집단면역 주도한 텡넬 “너무 많이 죽긴 했다. 그러나”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한 텡넬 “너무 많이 죽긴 했다. 그러나”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6-04 08:42
업데이트 2020-06-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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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죽었다. 더 많은 조치를 더 일찍 취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분명히 우리가 지금껏 해낸 것보다 많이 나아졌을 것이다.”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책을 총괄 지휘했던 안데르스 텡넬 박사가 뒤늦은 후회를 늘어놓았다고 영국 BBC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웨덴은 이웃 핀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달리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른바 집단 면역 실험을 했다. 그 결과 4만 803명이 감염돼 454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날 74명의 죽음이 새로 보고됐다.

1020만 인구의 스웨덴은 100명 중 4명 정도가 희생된 셈이다. 580만 인구의 덴마크는 1만 1971명 감염에 580명, 540만 인구의 노르웨이는 8477명 감염에 237명, 560만 인구의 핀란드는 6911명 감염에 321명이 희생되는 데 그쳤다.

우리의 질병관리본부장 격인 텡넬 박사는 지난 4월 B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사망률이 높은 것은 양로원 같은 곳이 질병을 억제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전략이 통째로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스웨덴 공영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같은 질병에 다시 맞닥뜨리고, 오늘날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면, 우리는 스웨덴이 했던 일과 세계의 다른 곳들이 했던 일의 중간 어디쯤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너무 많은 이들이 너무 빨리 숨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맞다. 절대적으로”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늦게 기자회견 석상에서는 스웨덴이 다르게 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표명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여전히 스웨덴을 위해 옳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봉쇄가 먹혔느냐 안 먹혔느냐를 따지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지난 서너달의 역사로부터 알게 된 것은 이 질병이 초기에 아주 빠르게 확산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를 자발적으로 하도록 했고,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요양원 어르신들을 방문하지 않도록 했다. 비필수 여행은 여전히 권고되지 않지만, 친척이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2시간에 이르는 여행은 현지 가게에 들르거나 주민들과 함께 하지 않는 전제 아래에만 허용됐다.

스웨덴의 느슨한 조치는 자국과 이웃 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으로부터 조롱 거리가 돼왔다. 노르웨이의 공중보건 수장인 프로데 포를란드는 스웨덴이 바이러스에 관한 역사적 모델에 너무 집착했다고 꼬집었다. 텡넬 박사의 전임자 가운데 한 명인 안니카 린데는 잘못된 대응 조치를 취했다며 초기 봉쇄, 요양원에 대한 더 적극적인 보호 정책, 창궐 지역에 집중 검사를 실시하고 접촉자 추적 등 세 가지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텡넬 박사와 가족에게는 살해하겠다는 협박 이메일이 전달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우리의 질병관리본부장 격인 스웨덴의 국가 감염학자인 안데르스 텡넬 박사가 지난달 영국 BBC 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BBC 동영상 캡처
우리의 질병관리본부장 격인 스웨덴의 국가 감염학자인 안데르스 텡넬 박사가 지난달 영국 BBC 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BBC 동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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