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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엄마와 두 입양아… 서로 성장하는 ‘평범한 가족’

비혼엄마와 두 입양아… 서로 성장하는 ‘평범한 가족’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2-01-24 20:32
업데이트 2022-01-25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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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육아기 책 펴낸 백지선씨

자녀 꼭 원해 2010년 첫째 데려와
아이들 “입양됐어요” 숨기지 않아
양육 부담의 사회화 ‘품앗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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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고 두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출판사 대표 백지선(왼쪽)씨는 “아이가 있으면 온 세상 문제가 내 문제가 되고, 아이들 덕에 최신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을 수 있다”며 육아로 얻은 성장 경험을 한참 풀어냈다. 공개 입양에 이어 가족과 함께한 육아 덕분에 백씨와 아이들 모두 비교적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부모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백지선씨·또다른우주 제공
결혼하지 않고 두 딸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출판사 대표 백지선(왼쪽)씨는 “아이가 있으면 온 세상 문제가 내 문제가 되고, 아이들 덕에 최신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을 수 있다”며 육아로 얻은 성장 경험을 한참 풀어냈다. 공개 입양에 이어 가족과 함께한 육아 덕분에 백씨와 아이들 모두 비교적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사람이 부모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백지선씨·또다른우주 제공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백지선(49)씨. “가족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이유로 혼자 자녀들을 입양하는 당연하지 않은 선택을 했다. 흔하지 않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이지만 ‘보물단지를 얻은 듯’ 벅찬 육아 경험은 여느 엄마들과 사뭇 다르지 않다. 백씨가 책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또다른우주)를 통해 전하는 이야기에도 다른 가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시간들이 녹았다.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백씨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들을 입양한 것”이라며 웃었다. 20년간 출판사에서 일해 온 그는 2010년 생후 3개월 딸과 2013년 생후 10개월 딸을 차례로 입양하고 키운 과정들을 촘촘히 썼다. 학교에서 손을 번쩍 들고 “저는 입양됐대요”라고 자랑할 만큼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곧 사춘기에 접어들고 언젠가는 엄마와의 만남을 궁금해할 수 있어서다.

백씨가 결혼이 아닌 입양으로 가족을 꾸리기로 한 결심에 그리 거창한 뜻이 있던 건 아니다. 최후의 모계사회로 알려진 중국 윈난성 모쒀족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막연하게 현대판 모계사회를 꿈꾸기도 했지만 완강한 비혼주의자는 아니었다. 연애와 사랑을 했어도 결혼을 결심할 만한 사람까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자녀는 꼭 갖고 싶었던 백씨는 2010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입양기관을 찾았다. 앞서 2006년 12월 입양 관련 법 개정으로 비혼자도 보호대상아동을 입양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조카를 입양한 홍석천씨의 경우처럼 개인 간 합의에 의한 입양에서도 비혼자가 완전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 친양자 입양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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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모든 사람에게 가족이 필요하고 그래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많지만 저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했다”면서 “특히 아이를 키우며 서로 성장하는 대등한 관계가 되길 원했다”고 말했다. 현실적 이유들로 인해 출산보다 입양에 무게를 실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는 것이다.

백씨와 두 딸의 시간에는 입양 절차와 한부모 가족뿐 아니라 어느 부모나 공감할 수 있는 육아와 교육에 대한 우리 현실도 생생하게 담겼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 형제자매들과 딸들을 함께 키운 백씨는 “가족 형태에 관계없이 사회 전반적으로 육아공동체가 꾸려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부모 가족을 ‘불우 이웃’으로 낙인찍는 단순한 재정 지원보다는 모든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사회화하고 ‘품앗이’하는 게 절실하다는 거다. 백씨는 “아이가 곧 부모의 경쟁력이 된다”며 이 소중한 육아 경험을 더 많은 사람이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을 건넸다.

허백윤 기자
2022-01-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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