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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시대를 뛰어넘는 베르디 대작 보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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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2-05-25 16:13 음악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세달 국내 초연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선입견 없이 접근”
중세 프랑스 억압에 저항한 시칠리아 반란
압제의 비극 넘어...‘하얀 낙원’ 노래하다
“연습실에서 하는 일은 10%...집에서 고민”
“현실 어려워도 이상 추구 그만둬서는 안돼”

국내 초연되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의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는 “그동안 제가 했던 모든 작품에 한국인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있었는데, 한국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배출하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는 나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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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초연되는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의 연출을 맡은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는 “그동안 제가 했던 모든 작품에 한국인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있었는데, 한국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배출하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는 나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경력 많은 연출가들 중에서도 이 작품을 연출한 분은 손에 꼽을 정도죠.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나 마찬가지라 기쁩니다. 다른 베르디 오페라는 눈 감고도 할 수 있지만 이 공연은 공부를 해야 해서 선입견 없이 신선한 눈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가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막을 올린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41)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디는 모든 이탈리아인의 할아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의 예술은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855년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시칠리아 섬의 저녁 기도’는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의 숨겨진 걸작을 소개하고자 국내 초연을 기획했다. 체레사는 “그동안 한국에서 공연하지 못한 게 이해가 된다”며 “‘라 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처럼 널리 알려진 작품도 아니고 5막으로 이뤄진 대작인 데다 큰 곡들을 합창해야 하는 등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시간이 3시간 25분에 달하는 이 작품은 1282년 프랑스의 압제에 고통받던 시칠리아인들이 일으킨 반란을 소재로 삼았다. 시칠리아의 공녀 엘레나는 프랑스 총독 몽포르테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지만 연인이자 저항군인 아리고가 몽포르테의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한다.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서선영·김성은이 엘레나를, 테너 강요셉·국윤종이 아리고를 맡았다. 웅장한 서곡 ‘신포니아’는 독립적인 관현악 작품으로 연주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체레사는 “정치적으로 열정적이었던 베르디는 관객들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이었던 오페라를 영적·정신적 아름다움을 흡수하는 대상으로 바꾼 작곡가”라며 “시칠리아인들을 억압하는 프랑스는 사실 19세기 당시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치하던 오스트리아를 빗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가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연습 도중 출연진에게 공연의 동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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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연출을 맡은 파비오 체레사가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연습 도중 출연진에게 공연의 동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체레사도 베르디의 유지를 이어 차별과 평화를 이야기할 계획이다. 다만 시대적 배경에 국한하지 않고 관객들이 현재의 차별과 억압까지 엿볼 수 있게 무대를 꾸민다. 프랑스와 시칠리아를 각각 하늘색과 오렌지색 의상으로 구별해 갈등을 극대화하고, 흰색을 모든 인물이 가진 공통 색으로 설정해 평화라는 주제까지 품는다. 그는 “색깔이 다르다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점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오페라는 시대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중세 시칠리아만 연상하지 않도록 추상적으로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레사는 또한 “이번 공연은 평등한 사회는 이상적 낙원일 뿐 현실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전한다”며 “인간은 결국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우열을 가리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하얀 세상’이 이상향일지라도 ‘하얀 세상’을 꿈꾸는 것 자체를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체레사는 2016년 ‘오를란도 핀토 파초’ 연출로 국립오페라단과 호흡을 맞춰 호평을 받았다. 2010년 ‘나비 부인’으로 데뷔한 그는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드 젊은 연출가상’을 받는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활약하고 있다. 오페라 연출을 아이 낳는 과정에 비유한 그는 “공연을 올리는 것은 빙하를 보는 것과 비슷해 연습실에서 하는 일은 10%밖에 안 된다”며 “나머지는 집에서 음악을 듣고 고민하고 영감을 찾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다”고 토로했다.

하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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