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헐버트-이회영-이상설 순 특사증 전달” ... 헐버트 기념사업회 추모식서 자료공개
한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가 고종으로부터 헤이그 특사증을 받아 우당 이회영 선생에게 전달했다는 이시영 전 부통령의 증언을 담은 자료가 공개됐다.㈔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는 12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내 백주년선교기념관에서 열린 ‘헐버트 박사 66주기 추모식’에서 헐버트 박사가 한국을 떠난 지 42년 만인 1949년 7월 29일 귀환해 같은 해 8월 5일 별세하기까지의 언론보도를 발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헤이그 특사 파견은 1907년 고종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해 국제사회에 을사조약의 불법성을 알리려고 한 외교활동이다.
그동안 고종이 헤이그 특사인 이상설, 이준, 이위종 선생에게 어떻게 파견증을 전달했는지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었다.
이날 사업회는 헐버트 박사가 양화진에 묻힌 1949년 8월 11일 동아일보에 실린 이시영 당시 부통령의 담화를 토대로 고종-헐버트-이회영-이상설 순으로 특사증이 전달됐음을 밝혔다.
”보호조약이 늑결되자 대한민족이 뉘 아니 분통하랴마는 그때 의정부 참찬이던 이상설씨는 더욱 통분하여 늑약을 회소하고 국권을 부활키 위하여 태황제의 전권 친임장을 봉대하고 제2호 만국평화회의에 참가코자 하나 회의는 닥쳐오는데 궁중에 풍달할 도리가 없더니 마침내 나의 가형(이회영)이 비밀 풍달하여 황제께서도 친임장을 서하코자 하시나 좌우 정탐이 심하여 기회를 보시다가 헐버트 박사에게 친임장을 비밀 서하하시니 헐버트 박사는 이를 비밀히 가형을 거쳐서 이상설씨에게 전달하였던 것이다.”(기사 중)
이외에도 헐버트 박사가 헤이그 특사 파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나 일제에 의해 추방된 지 4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 병상에서 이준 열사의 딸인 이종숙 여사와 면담한 사실 등이 공개됐다.
사업회 김동진 회장은 “을사늑약을 막아보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 고종 황제의 분투와 헐버트 박사의 피맺힌 눈물을 꼭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특별강연을 한 호프 메이 미국 센트럴미시건대 교수는 “같은 미국인으로서 헐버트 박사의 영웅적 행동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며 “헐버트 박사가 남긴 정신과 삶, 그리고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앞으로도 계속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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