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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이 삼켜버린 ‘여성 몰카’ 메모리칩, 항문 내시경으로 빼냈다가... [김태균의 J로그]

범인이 삼켜버린 ‘여성 몰카’ 메모리칩, 항문 내시경으로 빼냈다가... [김태균의 J로그]

김태균 기자
입력 2022-03-27 14:38
업데이트 2022-04-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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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남성, 민가 도촬하다 검거→증거 인멸하려 SD카드 ‘꿀꺽’
경찰, 한달 이상 체외배출 안되자 법원영장 받아 강제추출
법원 “동영상 데이터 불법수집...증거능력 부재” 무죄 선고

일본에서 한 남성이 여성의 집에 몰래 침입해 목욕 장면을 촬영했다가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영상 파일이 들어 있는 마이크로 SD카드(메모리칩)를 입 안에 넣고 삼켰다. 경찰은 항문 내시경을 이용해 SD카드를 강제로 꺼냈다.

이에 용의자 측은 ‘위법적인 강제 증거 수집’이라고 반발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SD카드 속 데이터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7일 증거물 수집의 적법성이 뜨거운 쟁점이 됐던 ‘피고인 체내 메모리 카드 강제 채취’ 관련 사건에서 피고인의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지바현 경찰은 2018년 10월 18일 모르는 여성의 집에 들어가 목욕하는 모습을 도촬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검거될 당시 A씨는 촬영에 쓰였던 비디오 카메라를 소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이 확인했을 때 카메라에 꽂혀 있어야 할 중요 증거물인 SD카드는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를 A씨가 삼킨 것으로 보고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통해 SD카드가 몸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설사약 등을 먹였지만, SD카드는 그의 장 안에서 걸려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한달 넘게 지속됐다.

결국 경찰은 “항문 내시경을 통해서 빼내야 한다”는 의사의 자문에 따라 11월 26일 체내 SD카드 강제 채취를 허가한다는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이틀 후 의사는 A씨를 수면 상태로 만든 뒤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80㎝가량 장내에 삽입, 가로·세로·두께 1.5㎝×1㎝×1㎜ 크기의 SD카드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메모리칩은 40일이나 몸 안에 있었음에도 크게 손상되지 않았고, 피해 여성의 목욕 장면 동영상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이에 A씨의 변호인은 강제적 증거 채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증거로 인정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이는 판결의 최대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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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인 지바지방법원은 2020년 3월 “SD카드의 데이터가 불법으로 수집됐다”며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A씨의 주거침입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도주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내시경에 의한 증거물 강제 채취는 신체에 큰 부담을 동반하는 것으로, 대장 등이 손상될 경우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도쿄고등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리며 검찰 측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형사소송법 전문인 후치노 다카오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강제 채혈, 강제 채뇨 등은 금지약물 복용이나 음주운전 등 혐의의 조사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외과수술을 통한 개복 등으로 증거물을 꺼내는 방법은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아사히에 말했다. 그는 “이번 법원 판결은 내시경에 의한 강제 채취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미보다는 강제 채취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더욱 신중히 검토해야만 한다는 점을 법원이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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