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와 ‘인증샷’ 올린 런던 시장, 축제 돕는 코카콜라…우리와 달랐다

퀴어와 ‘인증샷’ 올린 런던 시장, 축제 돕는 코카콜라…우리와 달랐다

이근아, 유대근, 이주원, 최훈진 기자
입력 2022-07-17 18:43
업데이트 2022-08-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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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3개 도시 퀴어축제 관찰기


‘폭력적 단속’ 항의하며 시작된 축제
6월 ‘자긍심의 달’로 지정해 행사 개최
런던 축제에는 테스코, 구글 등이 지원
토론토, 혐오 공공연히 표현 어려워
샌프란시스코, 낙태권 불인정에 시위化

코로나19 탓에 지난 2년여간 전세계적으로 멈췄던 퀴어 축제가 올해 다시 시작됐다. 서울신문 스콘랩 2명의 통신원(홍지수(28·영국 런던)·김한나(31·캐나다 토론토))과 함께 세계의 퀴어 축제를 취재했다.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 축제 사무국 관계자와 직접 인터뷰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퀴어들의 행진’을 벌인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전한다.

6월은 전세계적으로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자긍심의 달)다. 1969년 6월 미국 뉴욕의 ‘스톤월 항쟁’(경찰이 술집 ‘스톤월 인’에서 성소수자들을 폭력적으로 단속하자 이에 저항하며 터져 나온 항쟁)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프라이드 먼스를 축하하는 퍼레이드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 주요 도시에서 열리고, 길거리에는 한 달 내내 무지개 깃발이 내걸린다.

축제 기간동안 성소수자들이 공유하는 키워드는 ‘자긍심’이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숨죽여 살아야 하는 성소수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며 소속감을 느낀다. 비단, 성소수자만의 축제가 아니다.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모두가 평등하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도 동참한다. 퍼레이드를 후원하고, 무지개를 입힌 상품을 판매하며, 지지 광고도 한다.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돕는 대기업을 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다.

● 50주년 맞은 런던 프라이드…시장 참여해 ‘축하 메시지’
사다크 칸 런던 시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축제 참가자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있다. 그는 2016년 무슬림으로는 처음 런던시장에 당선돼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칸 시장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런던에서는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글을 달았다. 칸 시장 페이스북 캡처
사다크 칸 런던 시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축제 참가자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있다. 그는 2016년 무슬림으로는 처음 런던시장에 당선돼 2021년 재선에 성공했다. 칸 시장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런던에서는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글을 달았다.
칸 시장 페이스북 캡처
세계적 유통기업 테스코, 구글, 코카콜라, 어도비, 유나이티드 항공 등 쟁쟁한 기업이 런던 프라이드를 후원했다. 런던교통공사(TFL)도 후원업체로서 이름을 올렸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트랜스젠더 엘리자베스는 “LGBTQ와 시민들이 모두 사랑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순간이라는 점에서 뜻깊다”면서 “퍼레이드는 일종의 시위기도 하지만 우리의 신념이 존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럽 퍼레이드에서도 반대집회, 더 나아가 혐오 범죄의 위험성은 늘 있다. 런던의 행사가 있기 딱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퍼레이드 몇시간 전, 도심 유흥가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상을 입어서다.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증오 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최 측에 행사 취소를 권했다.

런던 프라이드 퍼레이드 관계자들 역시 혐오세력의 공격에 대비한 훈련 등을 받는다. 자원봉사자로 퍼레이드에 참가한 샬리니는 “2019년에는 반대 시위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슈가 있었지만, 올해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다”면서 “모두가 프라이드 행사를 자랑스러워하기에 어떠한 이유로든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6월 내내 무지개빛…캐나다 토론토 프라이드

캐나다 토론토의 프라이드 행사는 지난달 26일 열렸다. 하지만, 이미 6월 초부터 한 달 내내 도심에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행사에는 180만명 이상이 참석했다. 스코티아뱅크 같은 은행이나 캐나다 최대 이동통신사인 로저스 등이 부스와 행진에 참여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레즈비언 커플 렌(32)·마리아(33)는 “우리의 고향은 필리핀인데, 캐나다에서는 자유를 훨씬 더 보장해주고 누구도 우리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늘 갖게 된다”면서 “특히 프라이드 행사는 우리에게 자유뿐만 아니라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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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 달 26일 열린 프라이드 행사는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어보이며 성소수자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 김한나 통신원
캐나다 토론토에서 지난 달 26일 열린 프라이드 행사는 참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들어보이며 성소수자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
김한나 통신원
토론토에서도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팻말을 든 1인 시위 등 반대 집회가 열렸다. 그러나 공공연한 혐오는 허락되지 않는다. 토론토 시민인 카메론은 “캐나다에도 프라이드 축제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공공연하게 혐오를 드러내는 표현은 사회적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면서 “무지개 깃발을 내건 교회가 있을 정도로 갈수록 더 많은 교회에서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대 보여준 미국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축제

LGBT에 포용적 도시로 알려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퍼레이드에서는 연대의 물결이 이어졌다. 퍼레이드 3일 전인 지난달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미 전역의 24주내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것)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행진에서는 ‘법원은 멈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하는 등 축제와 시위가 뒤섞였다. 프라이드 관계자인 수잔 포드는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가 의미하는 것은 성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인정과 포용”이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LGBTQ축제인 샌프란시스코퍼레이드의 총책임자이자 트랜스 여성인 수잔 포드.   샌프란시스코프라이드 제공
미국 최대 LGBTQ축제인 샌프란시스코퍼레이드의 총책임자이자 트랜스 여성인 수잔 포드.
샌프란시스코프라이드 제공
● 서울에선 축제 참여 유명 기업은 구글·이케아뿐

한국에서는 유명 대기업이 퀴어축제를 후원하거나 정치인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 부스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세계 최대 가국업체인 이케아와 구글 내 성소수자 지지 모임인 프라이드앳구글뿐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모든 사람은 나 다울 수 있고 환영 받아야 한다는 믿음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면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해 인증샷을 공개했다.
스콘랩(스토리콘텐츠랩)은 팩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형식의 기사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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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이근아·유대근·이주원·최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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