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대북 스탠스 미세한 변화…대화 재개?

韓美 대북 스탠스 미세한 변화…대화 재개?

입력 2011-03-02 00:00
업데이트 2011-03-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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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으로 한반도에 팽팽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속에서 조심스럽지만 대화 재개를 예감케 하는 움직임과 징후들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은 여전히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거친 반응을 보이지만 대화의 여지를 남기고 있고, 미국은 대북식량지원에 좀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대화 쪽으로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북한과 대화에 유연성을 보여주면서 ‘한반도의 봄’을 위한 싹 틔우기에 나섰다.

◇美 ‘식량지원, 정권교체 불원’ 긍정신호 =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식량지원에 대해 “우리는 인도적 지원과 정치적 문제를 분리하고 있다”며 “우리가 신중히 모니터할 수 있을 때 식량을 지원하고 그것이 아이들과 필요한 시설에 간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면 식량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이런 발언은 모니터링 강화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식량지원에 종전보다 좀더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이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를 초청해 그동안 군 관련 시설이 많다는 이유로 보여주지 않던 강원도와 자강도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미측이 요구하는 모니터링 강화 문제는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국제기구 등이 대북식량지원을 호소하면 미국이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를 통해 2008년 지원하다 중단한 33만t의 식량지원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보즈워스 대표가 “북한의 정권교체는 미국의 정책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총체적인 관계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토대로서 북한체제의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이 항상 자신들의 대화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미국 측에 요구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언급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을 떨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능력까지 과시한 현 상황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조심스레 제기된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2012년 재선을 위한 선거가 있는 상황에서 일련의 민주화 시위로 정세가 복잡해진 중동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성과를 만들기 쉬운 북한문제로 시선을 돌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국제기구와 미국 구호기구가 북한 식량실태 평가를 마치면 4월께 미국 정부의 대북식량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재선을 앞둔 오바마 행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분야 대화로 이어가면서 북핵문제를 논의해 중국에 빼앗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찾아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북대화에 유연성 보인 南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언제든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으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점에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측의 사과를 요구해온 우리 정부의 스탠스가 다소 유연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정부가 남북군사실무회담의 일부 내용을 외부에 발설한 혐의로 회담 관계자들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회담 결렬에 대한 문책 성격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정부가 북측과의 대화 성사에 나름대로 열의를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정부가 남북회담 대표단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군사실무회담이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결렬된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부담은 지난 1월 미중정상회담 이후 미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준비하고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올인하는 상황에서 자칫 대화에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이 대통령의 집권 기간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은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내려면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잔여임기 2년 동안 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올해가 적기라고 판단해 남북대화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위협 거듭 北 “대화에도 준비돼 있다” =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한미합동군사연습에 ‘정당방위를 위한 물리적 대응’을 밝히면서도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늘 하던 이야기지만 군사연습이 진행되는 와중에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건만 마련되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다는 속내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2012년 강성대국 달성을 호언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고립된 정세를 풀어야만 외자 유치 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미국과 대화뿐 아니라 6자회담 등을 재개함으로써 상황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비교적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원하는 대화국면 조성을 위해서는 남북간 대화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북측이 남북대화에 응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남북군사실무회담이 남북간 입장 차이로 결렬되기는 했지만 미국이나 중국 등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이런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는 적극성을 보이면서도 남한에 대해서는 군사실무회담 등을 내세워 소극성을 보일 수 있다”며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향후 한반도 전반의 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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