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통일] (16)北인권운동가 빌리펠드

[나와 통일] (16)北인권운동가 빌리펠드

입력 2011-05-25 00:00
업데이트 2011-05-2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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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다 인권문제 건드려야 北변화 이끌어낼 수 있어”

내 직업은 비영리단체 비상근직원, 그리고 자원봉사자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한국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주로 영어권의 외국인들에게 북한의 실상과 인권문제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신촌이나 종로에 나가 거리 퍼포먼스를 벌인다. 재미교포 출신의 힙합 가수가 북한인권을 소재로 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20명 정도 모이면 15명 정도는 나 같은 푸른 눈의 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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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운동가 빌리펠드
北인권운동가 빌리펠드


외국인이 이런 것을 하면 한국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외국인이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그렇지만 북한 인권에는 관심이 없다. 미안하다.”

그러나 지난해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로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관심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거기서 작지만 변화의 희망을 보고 있다.

나는 북한의 인권을 다루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핵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다. 정부의 외교정책은 언제나 핵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핵 문제에만 집중하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더 중요한 북한 인권에 집중해야 한다. 안드레아 사크라프라는 소련의 핵무기 프로그램 총책임자는 “자기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나라는 그 이웃들의 권리도 존중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지도자의 이미지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다. 우리가 꾸준히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물론 숨기려고 하겠지만, 결국은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최근 10년간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있다가 탈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시원들이 인권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상부에서 인권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인권 남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사회에 인권이라는 개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미국은 소련의 반체제 인사와 연계하는 방법으로 소련의 벽을 허물었다. 당시 소련은 경제적으로 교류를 원했다. 즉 소련에서 압박을 받는 사람들을 풀어주면 교역을 늘려주는 식으로 소련을 관리했던 것이다. 나는 이 전략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1987년 민주화항쟁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들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한국 사회가 이렇게 활기차고 생기 넘치는 사회가 된 것 아닌가.

미국도 노예제도가 있었던 매우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극복했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삶에 대해 묵인하고 있을 순 없다. 겨우 40마일(약 64㎞)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한국이 통일을 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혁명의 대부분은 그 시작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6개월 전 중동에서도 혁명은 갑자기 일어났다. 한국의 통일이 10년 뒤일지, 20년 뒤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계획이 있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통일이 당장 내일 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국에 살고 있는 동안 이뤄진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변화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서는 매우 놀랄 것이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北인권운동가 빌리펠드는…

▲36세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출생 ▲워싱턴 DC에서 정치관련 NPO, 인터넷 회사 근무 ▲2006년 한국으로 이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북한 정의연대 등에서 활동
2011-05-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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