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내가 지겠다” 메모 압수수색중 본점 옥상서

“책임은 내가 지겠다” 메모 압수수색중 본점 옥상서

입력 2011-09-24 00:00
업데이트 2011-09-2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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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행 행장 투신 안팎

최근 부실저축은행으로 지정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비리 의혹 수사 대상에 오른 제일2상호저축은행 정구행(50) 행장이 23일 합동수사단의 압수수색를 받던 도중 투신,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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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후송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제일2저축은행의 정구행 행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3일 본점 6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날 오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 과학수사팀이 정 행장의 시신을 응급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시신 후송

정부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제일2저축은행의 정구행 행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23일 본점 6층에서 투신 자살했다. 이날 오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 과학수사팀이 정 행장의 시신을 응급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낮 12시 5분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제일2상호저축은행 본점 앞길에 정 행장이 엎드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순찰하던 혜화경찰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이 발견했다. 경찰서 측은 “은행 근처를 순찰하던 직원이 ‘퍽’ 하는 소리를 듣고 달려가 보니 양복바지에 흰 와이셔츠 차림의 정 행장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 행장의 자필 메모가 행장실에서 발견됐다. 메모에는 “뒷일을 부탁한다. 써놓은 글이 있으니 읽어 달라. 최근 매각 관련한 실사가 진행 중인데 실사가 잘 안 될 수 있다. 고객들에게 미안하다.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행장은 투신 직전 박모 이사의 방에 있다가 박 이사에게 ‘지갑 안에 메모지가 있으니 꺼내서 보라.’고 말했다. 박 이사가 5분 정도 자리를 비운 사이 정 행장이 사라졌고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이후 정 행장이 전화를 걸어와 “먼저 가서 미안하다. 매각절차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끊었다는 것이다.

정 행장이 투신할 당시 합수단은 은행 2층을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정 행장은 낮 12시쯤 3층 행장실에서 마지막으로 직원들에게 목격됐다. 경찰 관계자는 “3층 행장실에 있던 정 행장이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말 없이 6층으로 올라갔다.”는 직원들의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정 행장이 압수수색이 시작된 첫날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일2저축은행은 1972년 설립된 한국상호신용금고의 후신이며, 제일저축은행이 2000년 인수했다. 2006년부터 제일2저축은행을 상호로 썼다. 제일저축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현재 서울 테헤란로와 강남, 천호동 등 3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임주형·김진아기자 jin@seoul.co.kr

2011-09-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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