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합의 이후 남북 관계 오히려 ‘악화’

북미 합의 이후 남북 관계 오히려 ‘악화’

입력 2012-03-05 00:00
업데이트 2012-03-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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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도발 가능성 낮아졌지만 北 통미봉남 기조 강화

“상황이 더 나빠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을 비롯한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 영양(식량)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북미 간 합의 이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5일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 프로세스 가동을 위한 북미 간 합의는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강력히 주문했음에도 남북관계의 상황변화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우선 북한이 지난달 23~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국과의 3차 대화 과정에서 나름 ‘실리’를 챙겼고, 이에 따라 북한이 대남 대화에 나설 유인(誘因)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북측에 24만t의 영양식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특히 미국이 “추가적인 식량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24만t의 영양식품 외에 옥수수 등 알곡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도 지난달 27일 푸잉(傅瑩) 외교부 부부장의 방북 사실을 전하면서 “조선에 대한 식량원조 문제도 토론했다”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북미 합의 이후 한미 간 ‘키 리졸브’ 훈련과 인천의 한 부대가 내무반 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진을 배치하고 전투구호를 내건 것을 격하게 비난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이른바 ‘최고 존엄’과 관련한 민감성과 ‘키 리졸브’ 훈련이라는 상황이 반영됐지만 기저에는 남북 간의 높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북측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고구려 고분군 일대 산림 병충해 방제를 위한 당국 간 실무접촉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에 대해서도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대화를 꺼려온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 대해 김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내부 정리가 덜 된 것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북측이 미국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선 마당에 이 같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7~9일(현지시간) 미국 시라큐스대학교가 주최하는 세미나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을 만날 예정이다.

북미 합의 이후 남북 수석대표 간 첫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실질적 성과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북측이 민간 세미나 참석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에 마지못해 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다만, 미국이 북한 관리에 들어갔고 중국도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 만큼 당분간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미간 대화 기조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앞으로 6자회담 재개 등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소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앞으로 6자회담 프로세스가 가동되면 우리 정부는 당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와 차기 정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100주년 생일 등 북한의 내부 일정이 마무리되는 4월 말 이후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 북한은 내부 정치적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북관계 향배는 4월 말 이후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남측을 상대하지 않으면 북미관계는 물론 북중 관계도 제한된다”면서 “남북관계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우리 정부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인정,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사 표시,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차원의 교류협력 확대 등을 통해 대화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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