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철폐’ 요구 여성 시위대 공격받아
8일 오후(현지시간) 카이로 시내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50여명의 여성들이 남성들의 성폭력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이 여성들은 ‘성희롱 남성들의 손을 잘라야 한다’, ‘성희롱은 야만적인 것이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든 채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성폭력의 심각성을 주장하며 가두행진했다.
이들 시위대가 타흐리르 광장 구석으로 들어서는 순간 수십여명의 남성들이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야유를 하며 손으로 몸을 더듬는 등 추태를 부렸다.
여성 시위대의 뜻에 동감하는 남성 지지자들이 시위대를 둘러싸고 보호하려 했지만 수백여명으로 불어난 남성들의 행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 시위대를 쫓아가 구석으로 몰아넣은뒤 희롱하기도 했다.
시위를 조직했던 샐리 조니는 트위터에 “오늘 내눈 앞에서 벌어진 일들에 분노한다”면서 “왜 여성들을 때리고 옷을 벗기려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남성들의 공격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시위에 참가했던 마리엄 압델 샤히드(25.대학생)는 “성희롱은 이집트 여성들을 (거리에서) 집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압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초에도 남성 200여명의 성희롱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졸도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카이로 곳곳에서는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과 성폭력이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이 하야한 직후인 지난해 2월에는 타흐리르 광장을 취재하던 미국 CBS 방송의 한 여성 기자가 군중에 둘러싸여 성폭력과 구타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의료활동을 벌여온 이집트 여성들은 자주 군인과 경찰, 군중들의 목표물이 돼왔다.
이집트 여성 인권 단체가 2008년에 펴낸 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3분의2가 매일 성희롱을 당한다고 응답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했던 아흐메드 하와리는 “여성 활동가들이 이집트 혁명의 핵심”이라면서 “민주화 운동에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들이 좌절한다면 혁명의 정신 또한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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