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ㆍ진상조사위서 친박ㆍ비박 갈등 표출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이 당내 갈등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비박(비박근혜) 경선주자들은 이번 파문을 고리로 ‘박근혜 책임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번 경선전이 사실상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하는 분위기로 굳어지는 상황과 맞물려 비박주자들의 불만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공천헌금 파문이 불거진 직후 비박 주자들의 ‘경선 보이콧’ 시도로 내홍을 겪었던 새누리당으로선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또다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박 전 위원장 비판을 주도한 김문수 경기지사측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파문은 당의 운명을 바꿀 중대 사안임에도 친박 성향의 당 지도부나 그 지지층에선 이를 거론하는 것조차 꺼린다”며 “특정인에 의해 사당화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박 진영은 공식 대응을 삼가면서도 비박주자들이 공천헌금 파문을 의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불리한 경선 판도를 뒤집으려는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번 파문과 관련, “현재 대선구도에서 ‘박근혜 책임론’을 전방위로 얘기하는 것은 정권을 송두리째 민주통합당에 갖다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가 전날 박 전 위원장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한 관중으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수모를 겪은 데에서도 이처럼 날카로워진 친박 진영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향후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선 양 진영의 대립각이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파문의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이 공천위원을 지낸 현기환 전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부산지역 친박 의원과 총선 출마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자칫 ‘현영희 게이트’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영희발(發)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된다면 비박진영이 공천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와 ‘박근혜 책임론’을 더욱 강도높게 주장할 공산이 크다.
지난 9일 출범한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에서도 양 진영의 갈등 구도가 표출되고 있다.
당 지도부 및 박근혜캠프 추천인사들은 ‘현영희-현기환 의혹’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비박주자측 추천인사들은 총선공천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자고 맞서고 있다.
다른 비박주자측 관계자는 “한차례 ‘보이콧’ 논란을 겪은 상황에서 이제는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공천헌금 의혹이 더욱 불거지고 당이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면 기존의 당 대응책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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