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유신논란’에 국민통합 행보 위기

박근혜 ‘유신논란’에 국민통합 행보 위기

입력 2012-08-31 00:00
업데이트 2012-08-3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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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대통합행보 다 깎아먹어..부적절 타이밍에 부적절 발언” 비판박근혜 역사인식 전향적 입장표명 시점 앞당길지 주목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초반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이념과 계층, 세대를 뛰어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면서 야심 차게 시작한 행보가 예기치 못한 안팎의 ‘악재’에 부딪히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박 후보 자신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던 5ㆍ16과 유신 등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된 과거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경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의 ‘유신 미화’ 발언은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으로 제동이 걸린 박 후보의 통합 행보에 한층 부담을 준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전 의원은 지난 29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1972년 유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력 연장보다 수출 100억달러를 넘기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해 당 안팎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한 유신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는 연찬회장에서는 “경제 얘기를 하다가 유신 이야기가 나온 건데 거두절미하고 그렇게 딱 보도하니까 (논란이 된 것)”이라며 “20년동안 계속 해왔던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친박(친박근혜)계 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친박 인사는 “홍 전 의원의 발언이 박 후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우려를 표했다.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연찬회에 참석한 친박 인사 대다수도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 행보를 다 깎아먹었다” “다들 말 좀 줄이고 살면 안되나” “부적절한 타이밍에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외부 영입 인사들도 가세했다. 정치쇄신 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신 때 긴급조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권 침해를 당했는데 홍 전 의원이 유신을 그렇게 말한 것은 엉뚱한 발언이고 실언 중에서도 심한 실언”이라고 언급했다.

비대위원을 지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헌법적 가치를 수출을 위해 부정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친이 직계로 분류돼 온 조해진 의원은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쿠데타인 유신에 대한 홍 전 의원의 발언은 후보에게도 당에도 좋지 않다”며 “경공업은 민주주의에서 하고, 중공업은 독재권력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말로도 보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5ㆍ16이나 유신 시대에 대한 입장 표명의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박 후보 주변에서는 ‘역사 인식’ 논란에 대한 전향적 입장 표명의 시기로 야권 후보가 선출된 이후를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후보가 확정돼 박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 그 때가서 극적인 입장표명으로 논란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유신 미화’ 발언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박 후보가 시간표를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상돈 교수도 “박 후보가 그냥 갈 수 없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의원도 “박 후보가 당당하게 국민 눈높이에서 역사적 논란을 정리해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서 “국민 기대가 높은 대통령감으로서 ‘아버지의 딸’을 넘어서야 한다. ‘박근혜의 아버지 박정희’라는 말도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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