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저주’ 서곡…1차 승부처는 추석

‘11월의 저주’ 서곡…1차 승부처는 추석

입력 2012-09-26 00:00
수정 2012-09-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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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를 낳은 1992년 14대 대선 이후 한국 대통령 선거사(史)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예외 없이 유력 제3후보가 존재했고, 이들은 예외 없이 ‘11월의 저주’에 걸렸다는 점이다. 14대 정주영 국민당 후보, 1997년 15대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 2002년 16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2007년 대선의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은 한때 많게는 30%를 웃도는 지지율로 고공행진하다 11월 초반부터 죄다 급전직하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예외 없이 10%대를 밑도는 득표율로 대선을 마쳤다.

이들 가운데 15대 이인제, 16대 정몽준 후보의 쇠락이 가장 극적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이인제 후보는 신한국당 탈당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1997년 11월 4일 30.2%를 기록하며 3위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15.5%)를 2배 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불과 열흘 만에 판도가 뒤집어졌다. 11월 15일 조사에서 23.7%를 얻는 데 그쳐 이회창 후보(24.4%)에게 2위를 내주더니 끝내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19.2% 득표로 대선을 마쳤다. 2002년에도 정몽준 후보가 9월 22일 30.8%를 기록하며 노무현 후보(16.8%)를 크게 제치고 선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31.3%)를 턱밑까지 좇았으나,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어 11월 10일에는 22.8%에 머물며 노 후보(27.1%)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초강세가 줄곧 이어졌던 17대 대선 역시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11월 10일 출마 선언과 함께 21.9%의 지지율을 기록, 선두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8% 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리며 기세를 올렸으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15.1% 득표로 마감했다.

제3후보의 쇠락은 결국 선거일에 다가설수록 표심이 ‘바람’에서 ‘구도’ 쪽으로 바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실정치에 대한 변화 욕구가 강하게 분출되면서 제3의 후보를 좇다가도 선거가 닥치면 기성 여야 정당의 대립 구도 속으로 표심이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떤 궤적을 그릴지는 누구도 점치기 어렵다. 다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1월의 저주’가 서곡을 울리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1차 승부처는 추석이다. 추석 민심잡기 싸움에서 승기를 잡아야 11월로 예상되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할 동력을 그나마 확보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선거판 역시 추세 분석이 늘 적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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