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兆 사업 공약 반영하라” 지자체, 여야에 양다리작전

“수십兆 사업 공약 반영하라” 지자체, 여야에 양다리작전

입력 2012-11-23 00:00
업데이트 2012-11-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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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約’ 부추기는 사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 지역 개발사업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 줄 것을 여야 대선 후보와 정당에 앞다퉈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역개발사업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될 경우 차기 정권에서 국책사업에 반영되거나 예산 확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겨냥한 지자체의 노림수로 풀이된다.

지자체의 공약 반영은 겉보기에 단체장들이 대선 후보와 정당에 간절히 요청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선 후보들을 지자체가 압박하는 형국이다. 충분히 반영해 주지 않으면 지역 민심이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엄포를 내포하고 있다. 대선 후보와 정당들도 지자체의 요구를 즐기는 듯하다. 지자체가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을 알아서 발굴해 오면 이를 받아들이기만 해도 각 지역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표 계산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여야 후보를 가리지 않고 공약사업 반영을 건의하는 ‘양다리 작전’을 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22일 “이번 대선에 18대 전략 100개 정책과제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세일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일찌감치 18대 대통령 선거 공약 건의과제로 4대 분야에 24개 과제를 선정해 각 후보와 정당에 전달했다. 부산시는 신해양경제시대에 발맞춰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며 14개 대선공약과제를 선정했다. 대구시는 4개 분야 12개 사업을 대선 공약으로 선정하고 각 후보에게 요구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호남~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 등 10대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공약사업을 모두 추진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이 때문에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정치 쇼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시·도별 공약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수십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어려운 사업은 공약으로 채택된다 할지라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실정이다.

전북도의 경우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 등 총사업비가 25조원에 이르는 15건의 대선 공약을 발굴해 여야 후보에게 전달했다. 민주통합당은 이 가운데 9건을 채택했지만 실제 사업추진 여부는 그때 가봐야 안다는 분위기다. 충남도는 충남 36개, 충청권 11개 사업을 제시했다. 사업비가 49조원이 넘는다. 대전시도 18개 사업을 제시했다. 총사업비는 15조원이다. 전남도가 요구한 공약사업 가운데 호남~제주 간 해저터널 공사 1건만도 사업비가 14조원에 이른다.

울산시민연대 김태근 대외협력실장은 “각 지자체가 현안 및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 대선후보의 선거공약에 현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안간힘을 쏟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일부 현안은 지역별로 겹쳐 자칫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대통령 당선자나 집권정당이 이해관계가 얽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방법으로 처리, 선거공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대선 공약을 마구 들이미는 것은 지역에서 들끓는 주민들의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시켜 해소하고, 안 돼도 국가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선 후보는 표 때문에 일단 수용하고 나중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다 보면 국가균형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2-11-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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