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과 ‘닮은꼴’ 파행 ‘대화모멘텀’ 실종 우려

2년전과 ‘닮은꼴’ 파행 ‘대화모멘텀’ 실종 우려

입력 2013-06-12 00:00
업데이트 2013-06-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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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되면서 남북이 2년 전과 똑같이 어렵사리 찾아온 대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은 2011년 2월8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남북고위급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군사실무회담을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개최했다.

당시 실무회담은 한해 전 일어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같은 해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권고한 것도 남북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측은 회담 첫날 진지한 태도로 협상에 임했고,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를 하자면서 적극성을 보여 고위급군사회담 개최를 통한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북측은 이튿날 오후부터 “천안함 사건은 모략극”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떠났다.

남북은 당시에도 의제와 고위급군사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우리 측은 고위급군사회담 의제를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한정하자고 제의했고, 북측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해소하는 문제 등으로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수석대표의 급도 우리 측은 국방장관과 북측의 인민무력부장 또는 합참의장(대장)과 북측의 총참모장(차수)으로 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이보다 낮은 인민무력부 부부장 또는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남북은 결국 모처럼 찾아온 대화 모멘텀을 살리지 못했고 이후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내내 대화다운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끝났다.

이번에 결렬된 남북당국회담도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남북 당국 간 대화인데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였다.

새 출발을 위한 남북의 대화 의지도 작용했지만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이달 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도 북측을 협상 테이블로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남북은 이번에는 실무접촉에서 남북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수석대표의 격을 놓고 다퉜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등 남북 간 현안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측은 극구 우리 정부의 ‘김양건 수석대표’ 요구를 거부하고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우리 정부는 이에 김남식 통일차관을 수석대표로 제시했고, 북측이 반발하면서 회담은 결국 무산됐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우리 측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을 비롯한 인도주의적 문제 등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한 반면 북측은 이에 더해 6·15 및 7·4 발표일 공동기념 문제, 민간왕래와 접촉, 협력사업 추진 문제 등을 제시하며 이견을 보였다.

문제는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회담 무산이 대화 모멘텀 상실로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다.

북측은 아직 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이 회담 무산 이후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되면 남북이 적어도 당분간 대화 모멘텀을 새로 찾기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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