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선 남흥화학 공장 출신들이 출세한다

北에선 남흥화학 공장 출신들이 출세한다

입력 2013-06-21 00:00
업데이트 2013-06-2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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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칭찬받은 공장 책임비서 전경선 주목박봉주 총리·리무영 부총리도 남흥화학 출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평안남도 안주시 소재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이하 남흥화학)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공장의 당 책임비서 전경선을 크게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제1위원장이 현지 시찰 과정에 공장이나 군부대 전체를 치하했던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특정 간부를 콕 짚어 칭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일 “원수님(김정은)은 노동자들에 대한 후방사업(복지후생)을 잘하고 있는 기업소(공장) 당위원회 책임비서 전경선을 높이 치하하고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남흥화학에서 하우스용 비닐 생산공정과 비료 생산공정, 노동자들의 후생시설 등을 돌아보고 매우 만족해하면서 모든 ‘공’을 전경선에게 돌렸다.

북한 매체가 보통 김 제1위원장의 동정을 하루 지나 공개해온 관례로 볼 때 김 제1위원장의 남흥화학 방문은 19일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태는 김 제1위원장이 18일 평안남도에 있는 ‘1월18일기계종합공장’을 찾아 공장 당 간부들을 “한심하다”라고 질책한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

이 때문에 전경선 남흥화학 책임비서는 조만간 중앙무대로 진출해 출세가도를 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최고인민회의 10∼12기 대의원, 당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이미 출세의 조건을 다 갖췄다.

특히 과거에도 남흥화학 출신 간부들이 ‘잘 나갔던’ 선례가 있다. 박봉주 현 내각 총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 제1위원장이 남흥화학을 찾은 19일 당일 북한 조선중앙TV는 공교롭게도 남흥화학을 배경으로 한 영화 ‘보증’(1980년대 말 제작) 1∼2부를 방영했다.

”이 영화는 몇해전 어느 한 연합기업소에서 실제 있은 사실에 기초했다”라는 성우의 해설로 시작하는 영화는 1983년부터 10년간 남흥화학 당 책임비서로 재직했던 박봉주 총리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 주인공인 박신혁(서경섭 분) 책임비서는 출신성분이 나쁜 기술자들을 보증해 노동당에 입당시키는 등 그들을 격려, 자체 기술로 가스화 공정에 성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감사’를 받는다.

박봉주는 남흥화학 당 책임비서를 지내다 1993년 노동당 경공업부 부부장, 내각 화학공업상을 거쳐 2003년 내각총리에 올랐다.

그는 한때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좌천됐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의 등장과 함께 복권돼 당 경공업부장을 거쳐 올해 봄 내각총리와 당 정치국 위원에 올랐다.

현재 내각 부총리 겸 화학공업상인 리무영도 남흥화학 출신이다. 박봉주가 남흥화학 책임비서로 재직할 당시 이 공장 기사장이었던 리무영은 이후 2002년 지배인에 올랐고 그다음 해에는 박봉주의 후임으로 화학공업상에 올랐다.

1960년대 말 건설에 착수해 1973년 확장된 남흥화학은 송유관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직접 석유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압폴리에틸렌, 화학비료, 아닐론, 펄프, 제지 등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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