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동문·부산지역구 공통점…잠재적 차기 대선주자 묘한 만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여야의 대표자격으로 처음 마주했다.웃고 있는 여야 대표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9일 당선 인사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 대표는 문 대표의 경남중학교 1년 선배이며,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도 김 대표는 부산 영도구에, 문 대표는 부산 사상구에 두고 있다.
학연과 지연의 연결고리에도 불구하고 여야로 갈려있는 두 사람은 첫 회동에서부터 복지와 증세, 공무원연금 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워밍업’ 수준에서 스파링을 했다.
앞으로 차기 대선의 잠재적 경쟁자라는 점도 두 사람의 만남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만든 요소이기도 했다.
전날 선출된 문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대치전선이 형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으나, 이날 상견례 형식의 첫 만남에서는 현안에 대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주로 덕담위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전 11시30분께 시작돼 30여분 동안 이어진 두 사람의 회동은 학연과 지연 등 사적인 이야기에서부터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와 정치 현안으로 주제를 바꿔가면서도 소통의 끈을 이어갔다.
정국의 핫이슈인 복지·증세 논의와 관련해 문 대표는 “하던 복지를 줄이기는 힘들다”며 일각에서 거론되는 복지축소 주장을 반박했다고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표는 “그 부분은 동의한다”면서도 “지금 하고 있는 복지 중 중복되거나 부조리한 부분이 많다. 이런 낭비적 요인을 들어내고 세출 구조조정을 한 뒤 그래도 안 되면 증세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가 “세수결손을 어떻게 해결하고, 복지재원 대책은 어떻게 하고, 복지를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늘려나가야 하는지 등을 국가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자”고 제안하자, 김 대표는 “모든 것은 국회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며 “우윤근 원내대표가 제안한 ‘범국민조세개혁특위’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공무원연금 문제에 대해선 김 대표가 “야당도 시급한 문제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하자, 문 대표가 “참여정부 때도 시도한 바 있지만 너무 급하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대신 통상적인 여야 관계와 국회 운영에는 나란히 협력과 대화를 다짐했다.
김 대표는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를 하는 게 국민이 바라는 일이기 때문에 여당이 항상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리한 요구만 안하신다면…”이라면서 “우리도 여당으로서 지킬 선이 있지만 그거 말고는 서로 존중하면 된다”며 여야 ‘2+2 회동’ 또는 대표 간 회담을 자주 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의 정체성에 관련된 것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하지만, 쟁점이 없는 법안은 발목잡고 싶지 않다. 이런 건 효율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와 두 사람의 개인적 인연에 관한 주제를 놓고서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추운 날씨에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도 참배하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를 칭찬한 뒤 “(내가) 노무현 대통령 (묘소)도 참배하려고 했는데 전당대회가 걸려서 못 갔다. 이른 시간 내에 방문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 쪽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김 대표께서 역할을 많이 해주시기를 기대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오시면 잘 준비해서 환대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경남중 1년 후배인 문 대표에게 “같은 시대에, 비슷한 지역에서 살면서, 또 같은 학교를 다녀서 동질감이 많다. 같은 시대에 서로 같이 고민해 대화를 잘 하리라 믿는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표는 김 대표의 과거 통일민주당 경력을 언급하면서 “저도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김 대표를 뵐 기회가 많았다.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하며 이런 관계가 여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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